메리츠금융지주 주가 고공행진 비결은 자사주 소각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지 않으면 주가부양 효과 없어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예전에 메리츠증권이나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그래프를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적이 종종 있었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가 증권과 화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진 이후 주가 추이는 어떤 면에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 2022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최소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의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고 실제로 이행했다. 지난해에도 메리츠금융지주는 3월과 9월 각각 4000억원, 2400억원씩 자사주를 매입했다.
무엇보다도 메리츠금융지주 주주환원 정책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점은 자사주를 매입한 다음 전량 소각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주환원을 내세웠던 다른 기업들은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했지만 메리츠금융지주처럼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지는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국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지키려는 의도가 핵심 배경이었다.
자사주를 외부 기업과 교환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고 인적분할 등으로 기업을 쪼갤 때도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자사주를 늘리기만 해도 최대주주의 실질의결권 역시 확대된다. 결국 이들이 매입했던 자사주는 유통가능주식이었던 셈이다. 이러니 주가가 오를 리 없었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질주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이 자사주 소각임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도 자사주 소각 소식에 주가 상승세가 지속됐다. 미래에셋증권이 3개년 주주환원계획을 통해 2026년까지 3년간 매년 보통주 1500만주, 2우선주 100주 이상을 소각한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반응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국내 증시에는 자사주를 매입만 하고 소각하지 않는 상장사들이 즐비하다.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는 채찍과 당근이 나와야 밸류업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