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함께한 시간만 18년. 그 시간 동안 부부가 걸어온 주거 탐방기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 이 집에서 장인성, 이현주 씨 부부는 취향을 찾는 여정을 이어간다.

새 보금자리를 꾸미는 재미에 푹 빠진 장인성, 이현주 씨 부부.

 부부의 헤리티지가 담긴 집

결혼 19년 차에 접어든 장인성, 이현주 씨 부부.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이들 부부는 지금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6년까지, 15채의 집을 거치며 삶의 터전을 찾아왔다. 연인일 때부터 데이트 장소로 모델하우스를 끼워 넣었을 정도로 공간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부부. 남편 장인성 씨는 한때 건축학도를 꿈꿨고, 아내 이현주 씨는 중학생 시절 용돈을 모으고 일본 인테리어 잡지 파는 곳을 알음알음 찾아가 구매했을 정도로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런 부부의 관심사를 비롯해 아내와 남편 모두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마케터 출신이라는 정보까지 알게 되면 이들의 남다른 이사 이력이 절로 이해가 간다. “이사를 하는 일이 저희 부부에게는 어떤 주거 형태가 맞는지를 알아가는, 일종의 주거 취향 탐색 과정처럼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 어떤 집이 저희에게 어울리는지 점차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됐죠.”

그 과정에서 만난 집들 중에서도 ‘옥인연립’은 최장 기간인 6년을 살았을 정도로 부부에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층고가 높고 거실이 넓은 구조로 된 집을 선호한다는 것, 자연을 품은 뷰를 좋아한다는 것, 집을 산다는 것은 집 주변의 인프라까지 빌리는 의미라는 것 등 여러 깨달음을 그곳에서 얻었다. 그렇게 부부는 한남동, 이태원동, 성수동 등 서울의 여러 동네를 거쳐 지금의 집으로 오기 직전에는 제주도에서도 살아봤다. 제주도 집은 부부에게 마당이 있는 집이 어울린다는 걸 깨닫게 했다. ‘집순이’인 이현주 씨에게 등 산이라는 새 취미도 찾아줬다. 지금 집은 해발 414.4m인 영장산을 품은 동네에 자리해 마음껏 등산을 떠날 수 있어 좋다는 이현주 씨. “문득 이미 떠나온 것으로 생각한 서촌 집과 제주도 집에 여전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순간 울컥해지네요.” 그녀의 말처럼 이 집에는 부부가 지나간 집들에서 쌓아온 취향이 지워지지 않고 곳곳에 스며 있다.

집 안 곳곳에 놓인 꽃들은 플로리스트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아내 이현주 씨의 솜씨
집 안 곳곳에 놓인 꽃들은 플로리스트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아내 이현주 씨의 솜씨
주방 통창 너머로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되는 풍경.
주방 통창 너머로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되는 풍경.

 

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닮아간다고 생각해요.

장인성, 이현주가 어떤 사람들이냐고 물어보신다면,

부부로서 그동안 함께 한 시간이 마치 문신처럼

아로새겨진 지금 집을 저희의 얼굴처럼 봐주셨으면 합니다.

 

부부의 열세 번째 성수동 집을 모티프 삼아 이지은 작가가 그린 그림이 벽에 걸려 있다.
부부의 열세 번째 성수동 집을 모티프 삼아 이지은 작가가 그린 그림이 벽에 걸려 있다.
아트 컬렉터라 불러도 될 정도로 많은 그림을 모은 부부지만 투자의 개념이라기보단 좋아하는 취향을 모아가는 수집의 개념에 가깝다.
아트 컬렉터라 불러도 될 정도로 많은 그림을 모은 부부지만 투자의 개념이라기보단 좋아하는 취향을 모아가는 수집의 개념에 가깝다.
남편 장인성 씨의 작업실 한편에 마련한 서재. 스스로 문을 닫고 일명 ‘셀프 감금’시킬 수 있는 구조 덕에 부부는 이곳을 ‘책감옥’이라고 부른다.
남편 장인성 씨의 작업실 한편에 마련한 서재. 스스로 문을 닫고 일명 ‘셀프 감금’시킬 수 있는 구조 덕에 부부는 이곳을 ‘책감옥’이라고 부른다.

취향을 찾는 새로운 여정

우아한형제들 CBO(Chief Brand Officer)이자 «마케터의 일»에 이어 «사는 이유»라는 산문집까지 출간한 장인성 씨. 최근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역에까지 도전하고 있다. 그런 남편에게 아내는 이사 갈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아내가 배려를 많이 해줬죠. 앞으로는 점차 작업실이 필요할 일이 더 많아질 테니깐요.“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자 이현주 씨는 곧바로 화답한다. “남편은 그런 공간을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어요. 이 전까지의 집들은 인테리어 전반을 남편이 저에게 일임해 준 편이 었거든요. 그 점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는데, 이제는 남편이 전적으로 자기 취향으로 된 공간을 꾸밀 수 있게 돼서 다행이죠.“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로 꾸민 장인성 씨의 작업실은, 옥인연립 때부터 사용한 오래된 목재 가구와 그림은 물론 일명 ‘책감옥’ 이라고 부부가 명칭한 독특한 서재 공간이 눈에 띈다. “그런 생각 을 할 때가 있잖아요.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순간에도 ‘아, 나 지난 번에 사 온 책도 아직 안 읽었는데’라는. 동시에 집에 가면 또 뻔하게 스마트폰만 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죠.“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아는 장인성 씨. 이사 온 집에서 ‘ㄱ’자로 된 지금의 작업실 공간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 자신을 ‘셀프 감금’ 시키고 책만 읽게 만들 공간을 자연스레 구상했다. 머릿속에만 있던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해 준 건 정순구 작가@soongujung. 책장이 아닌 ‘책감옥’이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고자 사면을 넘어 천장과 바닥까지 합판 마감으로 처리했다. 아내 이현주 씨는 그렇게 완성된 독특한 이 책장이 가구가 아닌 하나의 작은 건축물처럼 웅장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남편만큼이나 자기만의 공간에 애착이 큰 이현주 씨도 그녀의 취향을 담은 정원을 마당에 완성했다. 1층은 물론 2층에서도 식물이 있는 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키 큰 대나무도 마당 한쪽에 심었 다. 이처럼 이사 온 집에서도 색다른 시도를 이어가는 부부는, 자신들도 몰랐던 취향을 공간이 또다시 선물해 줄 것이라 믿으며, 언젠가는 막을 내릴 이 집에서의 시간을 누릴 예정이다.

사무실보다는 일과 놀이를 모두 겸할 수 있는 작업실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공간. 뒤편에 문이 막혀 있는 ‘책감옥’이 보인다.
사무실보다는 일과 놀이를 모두 겸할 수 있는 작업실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공간. 뒤편에 문이 막혀 있는 ‘책감옥’이 보인다.
이현주 씨는 정원에 다양한 수목을 새로 심었는데, 그중에서도 대나무는 창밖 너머로 사시사철 푸른 풍경을 만들어 마음에 든다.
이현주 씨는 정원에 다양한 수목을 새로 심었는데, 그중에서도 대나무는 창밖 너머로 사시사철 푸른 풍경을 만들어 마음에 든다.

CREDIT INFO

editor    권새봄
photographer    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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