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집 꾸미기 작업 일지
강릉의 인기 편집숍 ‘미쓰나이롱’과 카페 ‘르봉마젤’을 운영하는 원도희·구본욱 씨 부부는 오직 벚나무 뷰 하나만 보고 집을 결정했다. 해외 직구와 발품 팔기, 셀프 시공으로 고생스럽게 완성한 새 보금자리 이야기.
4년 전, 강릉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미쓰나이롱’의 주인장, 원도희· 구본욱 씨 부부가 이사했다는 소식을 접수하고 곧장 강릉으로 향했다. 기존에 4층 상가 건물의 1·2층을 카페 겸 숍으로 사용하고, 3·4층을 주거 공간으로 활용했는데, 일과 삶을 분리코자 이사를 결심했던 것이다. 숍은 1·2층, 카페는 3·4층으로 각각 분리하면서 확장하고, 10분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에 집을 구했다. 18평형대로 이사하면서 꽤 많은 살림살이를 정리해야 했지만,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작은 강을 따라 봄이면 아름다운 벚꽃이 흩날리는 벚나무 길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
벚나무가 잘 보이는 높이와 위치까지 세세히 따져가면서 매물이 나올 때를 기다렸다. 오로지 ‘뷰’ 하나로 거처를 결정한 만큼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 1순위였다. 거실과 침실의 창호와 새시는 가능한 깨끗하고 넓게 설치하고, 난간도 제거했다. “유리에 코팅을 하면 색감이 조금 바뀔 수 있어서, 일부러 코팅도 하지 않았어요. 투명한 상태 그대로의 생유리로 설치했죠. 대신 사생활을 포기했네요(웃음).” 뷰에 반해 계약하긴 했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협소한 공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좁은 느낌을 최소화하할지 고민한 끝에, 거실은 서재 겸 다이닝 룸으로 용도를 정했다. 거실을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택한 메인 가구는 로얄시스템의 월 선반 시스템. 부부는 집 의 특정한 콘셉트를 따로 정해 놓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프렌치, 다른 누군가에겐 대니시로 보일 수 있는 이들만의 분위기는 두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 둘 모으며 서서히 형성된 것일 뿐. 주로 외국의 과거 주택 사진들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제품을 개발할 때 주로 빛바랜 옛날 사진들을 찾아보는데, 사진 속 로얄시스템 선반이 설치된 공간들을 보 며 로망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틈틈이 이베이를 접속해 보던 남편 구본욱 씨가 적절한 매물이 나온 것을 발견했다. 세 칸짜리 풀 구성에 서랍도 포함된 버전. 심지어 기적처럼 거실 벽면 사이 즈에 딱 맞는 제품이었다. “알람도 맞춰놓고 부지런하게 봐야해요. 보다 보면 언젠가는 나오거든요(웃음). 이베이의 거래 마감 시간은 우리 나라 새벽이에요. 새벽에 알림이 울리면 일어나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종 경매가를 올리고 낙찰을 받는데, 그때의 쾌감이 상당합니다.”
어느샌가부터 해외 직구 전문가로 거듭난 부부는 벽 선반을 이베이에서 구했다면, 조명은 엣시에서 발굴했다. “값은 나가지만 예쁜 것은 엣시에서, 저렴하게 사고 싶을 땐 이베이를 이용해요. 대신 직구는 굉장히 고생스러운 일입니다(웃음).” 유리공예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무라노 지역에서 생산된 꽃 형태의 빈티지 조명은 세트로 구매해, 하나는 집 거실에, 다른 하나는 가게에 설치했다. 가격도 높고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 조명은 그 어떤 아이템보다 신중하게 고른다. “포토샵으로 조명을 공간 사진에 합성해 보고 잘 어울리는지 꼭 확인해 본 다음에 결정합니다.” 직구 마니아 부부가 전하는 작은 팁이다.이 외에도 주방 수전과 욕실 샤워기, 문손잡이와 스위치 커버 등 소소한 아이템들은 아마존을 애용했다니, 목마른 사람들은 직구를 파 보는 것도 좋겠다.
강릉살이 4년차 부부의 포근한 안식처 부부는 지난 집에서의 셀프 인테리어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결코 셀프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가 셀프로 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 들고 가서 말리겠다”고 웃으며 말한 두 사람은 몸과 마음, 시간을 아껴 전문 업체와 함께 인테리어를 진행하라고 추천한다. 그러나 어김없이 이번에도 셀프로 도전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흰색 타일로 마감한 주방 아일랜드다. 자세히 보면 모서리가 곡면 처리된 디테일이 놀라울 정도. 이는 구본욱 씨가 곡면 몰딩까지 섬세하게 타일을 손수 붙여 완성한 것이다. “옛날 영국 지하철 벽에 사용했던 타일이라고 하는데, 그 빈티지한 느낌이 참 좋았어요.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위쪽 곡면 몰딩은 해외에서 직구하고, 아랫부분은 국내 타일 중 색상과 크기가 가장 잘 맞 는 것을 찾아 사용했습니다.” 아일랜드 장은 타일 크기와 매지 간격까 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제작을 맡겼다. “타일을 직접 커팅하는 것은 어려워서, 타일에 맞게 장을 짰어요. 집요한 공대 남자의 승리랄까요? 남편에게 카페 말고 타일 작업을 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을 정도예요(웃음).”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곡면 타일 아일랜드는 아마 국내 가정집에서는 유일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고난을 딛고 제작된 가구 중 하나는 거실 가운데에 놓은 커다란 테이블. 기성품은 입맛에 맞지 않고,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기자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결론은 발품을 팔아야 했다. 두 사람은 각 부분에 맞는 전문가를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상판은 대리석의 턱을 깎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어렵게 발견한 석재상에서 가공했고, 받침은 계단 다리처럼 깎아내는 동네 목수를 찾아 의뢰했다. 상판을 받침 위에 올리는 일은 싱크대 제작자의 손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여러 명의 전문 기술자들이 합세했기에 천연 대리석 상판과 원목 다리를 조합한 우아한 테이블이 탄생할 수 있던 것! 말은 셀프가 아니라고 해도, 가구는 물론이고 스위치, 문손잡이 하나하나까지 고민하며 공들여 꾸민 집은 따뜻한 자기장처럼 부부를 끌어안는다. “집에서 온전히 쉬는 것이 소원”인 두 사람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고, 돌아오고 싶은 곳이다.
가구는 물론이고 창문, 스위치, 문손잡이 하나하나까지
고민하며 공들여 꾸민 집은
따뜻한 자기장처럼 부부를 끌어안는다.
“집에서 온전히 쉬는 것이 소원”인 두 사람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고,
돌아오고 싶은 곳이다.
editor 이승민
photographer 김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