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 지낸 박순애 서울대 교수 선임 예정
공장 이전 등 행정소요 산적···“좋은 역할 기대”

2022년 7월 29일 당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2년 7월 29일 당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KG모빌리티(이하 KGM)가 성장을 위한 정부 소통 능력이 필요한 가운데 장관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GM은 내달 26일 경기 평택시 본사에서 제62회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의안 중 하나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관료 출신인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 후보로 지명됐다. 1965년생인 박 후보자는 그간 KB국민은행, 현대건설기계, 금호석유화학 등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으며 여러 업종을 경험했다. 지난 2022년에는 현 정부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장관 사임 후 현재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산업에 대한 식견을 갖췄을 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신임받는 인재라는 평가다.

KGM은 “박순애 후보자는 관련 분야의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 참여해 주주권익을 보호하고 회사의 지속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애 KG모빌리티 사외이사 후보자의 프로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박순애 KG모빌리티 사외이사 후보자의 프로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평택공장 이전 등 현안 산적···행정전문가 도움 필요

KGM이 박 후보자를 인선한 배경으로는 우선 정부와 소통할 인재가 부족한 점이 꼽힌다. 이날 기준 현재 KGM에서 활동 중인 사외이사 5명은 회계, 재무, 경영 등 실무 분야 전문가이지만 이들 중 관료 출신 인재는 없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이은석 대외협력실장(상무보)이 경영진 내 유일한 입법부 출신 인사다. 정부, 당국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셈이다.

KGM은 박 후보자 자문을 받아 각종 사업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더욱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전기차 등 신차 인증, 배출 규제, 수출 확대, 국내외 투자 등 현안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거나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 평택시 칠괴동에 위치한 KG모빌리티 평택공장. / 사진=쌍용건설
경기 평택시 칠괴동에 위치한 KG모빌리티 평택공장. / 사진=쌍용건설

현재 KGM이 행정 절차와 관련해 마주하고 있는 최대 이슈는 평택 공장 이전 건이다. KGM은 평택시 칠괴동에서 가동 중인 공장을 시내 다른 부지로 옮긴 후 시설 최신화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부지 선정, 공장 설립 등에 장기간 일련의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박 후보자가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KG모빌리티를 인수한 KG그룹의 곽재선 회장이 경영상 행정절차의 효율화에 강한 니즈를 갖고 있는 점도 박 후보자를 인선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곽 회장은 지난해 KG모빌리티 인수 후 기업 성장을 추진하며 행정적 소요를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곽 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우리나라 공직자가 소신있게 못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책 감사 때문”이라며 “공무원들이 유연성 있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군 지휘관 차량으로 제작된 KG모빌리티 렉스턴 스포츠. / 사진=KG모빌리티
국군 지휘관 차량으로 제작된 KG모빌리티 렉스턴 스포츠. / 사진=KG모빌리티

◇ 관용 차량 공급성과 확대 기대

박 후보자가 KGM의 기관용 차량 조달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 박 후보자는 현재 기재부 공운위 위원으로서 국내 공공기관 관리 역할을 수행 중이다. 공운위는 공공기관 운영을 관장하는 기구로서 관련 사항을 심의, 의결한다.

KGM은 현재 지휘관용 렉스턴 스포츠를 제작해 국군에 보급하며 조달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추후 이를 비롯한 관용 차량 공급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박 후보자로부터 필요한 자문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GM 관계자는 “사내 완성차 산업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박 후보자가 KGM을 더 나은 기업으로 성장 시키는데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의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 /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의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 / 사진=KG모빌리티

◇작년 16년만에 영업실적으로 흑자, 4분기엔 적자

KGM이 KG그룹 편입 후 빠르게 경영정상화를 이뤘지만 불확실한 업황 전망에 맞서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인사도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KGM은 연결 기준 매출액 3조7400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 영업성과로 흑자를 달성했다. KG그룹의 자금 지원, 체질 개선 지휘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공급성과를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분기별 실적은 기복을 보였다. 같은 해 4분기 매출액 7451억원,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해 네 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차량 공급성과가 축소됨에 따라 원가절감 성과가 상쇄됐다.

창사 70년을 맞는 KGM은 올해 ‘백년대계를 위한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생산성 향상 등 체질 개선, 신차 개발, 신시장 개척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올해 판매 목표로 전년 대비 27% 증가한 14만7000대를 제시했다.

정용원 KGM 대표이사는 “KG 가족사로 새롭게 출발한지 1년여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며 “올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회사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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