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건강보험 열심히 팔았지만 총 CSM '그대로'

서울 강남 삼성생명 본점 / 사진=삼성생명
서울 강남 삼성생명 본점 / 사진=삼성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계리적 가정값을 바꾸면서 회사 경영의 핵심인 건강보험 실적이 급감하는 등 주요 재무적 수치가 요동쳤다. 이에 삼성생명이 경쟁에 부담 느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그 동안 회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계리적 가정값 바꿔···RA도 '급감'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말 건강보험 보험계약마진(CSM)은 5조5840억원으로 1년 전(5조5520억원)과 비교해 0.5%(32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건강보험 판매에 주력한 결과 새로운 계약을 통해 CSM을 1조3250억원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CSM 규모는 제자리였던 것이다. 

CSM은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보험사가 고객과 맺은 계약을 통해 받는 보험료 가운데 향후 이익으로 인식할 금액을 추정한 값이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에 발생할 손해율, 해지율, 사업비율 등 계리적 가정값을 정해 CSM을 산출한다. 일단 부채로 인식한 다음 매 분기 일정 비율씩 상각해 보험영업이익으로 반영한다. 

삼성생명의 건강보험 CSM이 제자리인 이유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계리적 가정값을 바꿨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식한 건강보험 CSM 가운데 이익으로 반영한 5820억원을 제외하면 계리적 가정값 변경으로 약 7110억원의 CSM이 감소했다. 신계약 CSM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감소한 것이다. 3000억원 가량은 3분기에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여파로 감소했고, 나머지 4000억원 정도는 4분기에 가정값 변경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그간 보였던 보수적인 경영기조와 상반된 행보란 지적이 나온다. 삼성생명이 회계기준 변경을 기회 삼아 회사 경영의 핵심인 건강보험 실적을 부풀리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CSM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의 위험조정(RA) 규모도 출렁인 점도 삼성샘생명의 그간 회계처리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가정치 변동으로 RA가 341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직전인 3분기 말 RA가 3조156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10% 넘게 빠졌다. 향후 이익으로 인식할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RA는 IFRS17 아래서 보험사들이 보험부채(최선추정부채) 규모를 실제보다 적게 측정할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설정하는 항목이다. CSM과 비슷하게 부채로 일단 인식했다가 일정 비율씩 이익에 반영한다. 앞서 3분기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삼성생명의 RA 상각액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자료=삼성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삼성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건강보험 중심 성장전략 가능할까

올해 삼성생명의 성장 계획에 대한 의구심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이날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올해도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을 밝혔다. 건강보험 신계약 CSM만 2조원 넘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총 3조원이 넘는 신계약 CSM을 확보하고 전체 CSM 가운데 건강보험 비중도 지난해 46%에서 올해 60%까지 올린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올해 건강보험 등 제3보험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판매에 열을 올리던 단기납 종신보험도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더 이상 많이 팔기 어려워졌다. 생보사들은 이제 CSM을 늘리기 위해선 제3보험을 더 늘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전략이 없는 상황이다. 제3보험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올해도 판매 드라이브를 걸 준비를 하고 있다. 경쟁이 격해지면 그만큼 건강보험의 수익성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CSM을 늘리기 더 어려울 수 있단 의미다. 

변희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은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 적용은 일회성 요인이다”라면서 “올해는 건강보험의 CSM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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