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보조 역할 넘어 동반자 역할 진화
내장 센서, 사용자 기분·상태까지 파악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가전제품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자인 변화를 뛰어넘어 AI를 이용해 인간과 상호소통하는 스마트홈을 구현했다.
양사는 가전을 기존 가사 노동의 ‘도우미’ 역할에서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우울함을 극복해줄 ‘동반자’로 격상시켰단 평가다. 각 가전제품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들이 핵심이다. 이 센서들은 소비자의 가전 사용 패턴뿐만 아니라 표정과 목소리 등을 읽고 기분이나 상태를 분석한다.
20일 가전업계 관계자는 “AI가 도입되기 이전 가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은 제품마다 카메라, 스피커, 터치스크린 등 여러 센서가 장착된 점을 꼽을 수 있다”며 “가전에 눈과 귀가 달려있다고 보면 되는데 머리가 똑똑할수록 눈과 귀가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다양해지는 것처럼, AI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장착되는 센서의 수가 많아졌으며 품질과 기능도 더욱 고도화됐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센서로 읽은 사용자 행동패턴 축적
삼성전자는 최근 생활가전 신제품 개발 전략의 핵심을 ‘코어 테크(Core Tech)’라고 정의하고, 기기가 알아서 하는 ‘AI-Powered(AI 기반 혁신 기술)’를 앞세웠다. AI 가전이 자동 제어 맞춤형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이용자의 마음을 읽어야 하며, 각 제품에 적용된 센서와 이를 활용해 얻는 데이터 질이 중요하다고 판단, 이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 내부에 장착된 센서와 부품 동작 데이터를 기반으로 냉장고는 약 300가지, 세탁기는 약 200가지의 신호를 수집해 이상을 감지하고 AI 학습에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센서 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
신기능을 탑재한 제품도 꾸준히 출시중이다. 회사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냉장고 내부의 카메라가 들어오고 나가는 식재료를 촬영해 음식 리스트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를 공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세탁물의 무게와 옷감 재질, 오염도에 따라 맞춤 세탁·건조하는 ‘비스포크 AI 콤보’, 바닥 재질에 따라 청소하는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콤보’ 등을 처음 선보였다. 해당 제품 모두 사용 습관과 환경을 스스로 학습해, 알아서 개별 가정과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 LG전자, 생활·조율·지휘·책임지능 등 AI기반 기능 재정의
LG전자는 생활가전 영역에서의 AI를 ‘공감지능’으로 재정의했다. 실시간 생활·조율·지휘·책임지능 등 재정립한 AI를 기반으로, 차별화 전략을 가져가겠단 계획이다.
올해 처음 공개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AI가 적용된 가정 내 자율주행로봇으로, 제품에 탑재된 카메라, 스피커, 다양한 홈 모니터링 센서를 통해 집안 곳곳의 실시간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전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에 적용된 음성·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멀티모달 센싱과 AI 프로세스를 토대로 사용자의 상황과 상태도 인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와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 디스플레이에 표출되는 표정 등으로 풍부한 감정표현도 가능하다. 이용자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려동물처럼 현관 앞으로 마중 나와 반갑게 반겨주며, 목소리나 표정으로 감정을 파악해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재생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외부 침입 등 이상 상황이 발생했다는 정보를 스마트폰 알람으로 받을 수 있으며,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 앱과 연동해 약 복용 시간을 알려 주는 등 개인 일정 관리가 가능하다. 교통·날씨 정보 등을 제공하는 등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용자의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사 보조 역할도 한 단계 진화했다. 자동으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조정하고, 특정 공간에만 조명을 켜거나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다. 집 밖에서 원격으로 반려동물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으며 스마트콘센트가 연결돼 있어서 사용하지 않는 기기를 자동으로 꺼서 에너지 절약도 가능하다.
이향은 LG전자 H&A사업본부 상무는 최근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의 개발 비하인드를 공개하는 인터뷰에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로보틱스와 AI, 멀티모달 기술을 자랑하는데, 이로 인해 이동하고 학습하고 복잡한 대화에도 참여할 수 있어 만능형 홈 매니저로서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이라는 비전을 구현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