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와 시총 격차 급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주가가 연일 상승하며 10년 9개월만에 4만원대 주가를 회복했다. 경영 공백을 겪으며 고꾸라졌던 주가가 김영섭 대표 취임 후 약 28% 상승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10조8817억원으로 급증하며 통신업계 시총 1위인 SK텔레콤과 격차를 좁혔다.
김 대표 취임 후 추진 중인 인공지능(AI)과 기업간거래(B2B) 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 및 주주환원 정책 발표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부가 이달말 내놓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을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힌단 점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의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4만2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시총은 10조8817억원을 기록했다. KT 주가가 4만원대를 넘어선 것은 2013년 5월 이후 약 10년 9개월 만이고, 4만2000원대를 회복한 것은 2011년 2월 이후 약 13년 만이다. 김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8월 30일 이후 27.69% 상승했다.
전일 KT 주가는 장중 4만2400원을 기록하며 직전 거래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앞서 구현모 전 KT 대표체제에서 KT 주가는 한때 3만9150원(2022년 8월 23일)까지 올랐지만, CEO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 사태 등을 겪으며 지난해 7월 2만9050원까지 내려갔다.
이같은 KT의 주가 상승엔 김 대표 취임 후 내놓은 중기 주주환원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KT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1분기부터 분기 배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배당 수준도 내년까지 최소 주당 1960원을 보장하기로 했다.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기존 배당 성향도 유지한다.
분기 배당은 다음달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승인한 뒤 시행한다. 분기 배당은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각각 2021년 분기 배당, 중간 배당을 시행했다
김 대표가 AI와 B2B 등 기술 중심의 체질 개선에 방점을 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실적발표 이후 증권업계에선 잇따라 목표 주가를 상향하며, KT의 B2B 사업과 IDC·클라우드, 콘텐츠, BC카드, 에스테이트 등 자회사 실적 개선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B2C보다는 B2B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며, 저수익 한계사업 재편과 5대 성장 사업(AICC, IoT,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공간, 에너지)의 역량 강화를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할 전망”이라며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은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 이벤트로 판단하며 규모 역시 지속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특히 정부가 이달말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순자산)이 낮은 기업에 대한 주가 부양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점도 KT 주가 상승을 견인했단 평가다. KT의 PBR이 0.61배(지난 19일 기준)란 낮은 상황에서 통신3사 중 올해 영업이익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PBR 1배 미만인 저PBR주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전망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저PBR주 및 주주환원 확대여력이 많은 기업들이 각광받고 있다”며 “통신업종 내에서 KT는 가장 탁월한 자산가치를 보유한 기업으로, 이익 성장과 더불어 꾸준한 주주환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년도 변경에 따라 목표주가를 4만5000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KT 주가가 급등하면서 통신업계 시총 1위인 SK텔레콤과(PBR 0.99배)의 시총 격차는 좁혀지게 됐다. 전일 기준 SK텔레콤의 시총은 11조5763억원으로, KT와의 차이는 6946억원 수준이다. 또 다른 경쟁사인 LG유플러스의 PBR은 0.53배로, KT와 마찬가지로 저PBR 종목으로 분류된다. 다만 올해 이익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단 점을 고려하면, KT와 같은 주가 흐름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 주가는 최근 낮은 PBR에 대한 시장 관심으로 저점 대비 7% 상승했다”면서도 "올해 이익 컨센서스는 추가로 하향될 것으로 보여 저평가 매력만으로 매수하기는 불편하다. 통신3사 중 유일한 이익 역성장을 전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