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연근무제 정책 지원 강화···올해부터 컨설팅·인프라 지원 확대
시행 기업 찾아 노사의견 청취···“출퇴근 부담 경감, 업무 집중 도움”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유연근무제로 출퇴근 부담이 줄면서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정부가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등 유연근무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과 육아부담을 덜고 노동 효율성 또한 높일 수 있어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윈윈할 수 있단 판단에 따른 대응이다. 실제 기업현장에서도 시공간에 제약을 두지 않는 유연근무제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내놓는다. 다만, 사무실과 집에서 동일한 성과를 내고, 업무별 공평한 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부분은 숙제란 지적도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유연근무제가 노동시장에서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의 일하는 시간, 장소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제도로 저출산 시대 가족 돌봄, 자기개발 등 개인생활과 일의 조화를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대면 문화 정착으로 유연근무제를 위한 정보기술 또한 크게 발달하며 제도 정착을 위한 기반도 상당 부분 구축됐단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유연근무제 도입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재택근무 컨설팅 및 인프라 지원을 올해부터 유연근무 전체로 확대했다. 또 육아기 자녀를 둔 근로자의 유연근무제에 대해선 재택, 선택근무 장려금을 월 최대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하고 월 최대 20만원의 시차출퇴근 장려금도 신설했다.
기업 현장 목소리도 청취하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서울 강남구 소재 핀테크기업 센트비 사무실에서 유연근무 활용 우수기업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엔 이정식 장관 등 고용부 관계자와 기업 임직원들이 참석해 유연근무제에 대한 효용성과 애로사항을 나눴다.
센트비는 해외송금 전문 핀테크 기업으로 사무실근무(주3~4일)와 재택근무(주1~2일)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 166명 중 55%가 하이브리드 형태로 일하고, 오전 9~11시 사이에 1시간 단위로 출근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퇴근도 절반 이상이 활용한다고 한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지난 2015년 학교 후배 등 총 4명이 같이 창업했다. 다들 회사를 다니다 창업했는데 매일 회사에 9시에 출근해 앉아있는다고 능률이 오를까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같이 만나 회의를 하거나 아니면 얼굴 마주 보고 해야 할 경우도 있으나, 개인업무를 하거나 따로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 굳이 사무실이 가장 효율적 공간이 아닌 것 같았다. 집, 카페 등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하는 것이 더 좋겠단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어떤 장소에서 일하든지 본인이 가장 능률적,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단 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했단 설명이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면서 겪은 고민도 털어놨다. 최 대표는 “사업 초기엔 원격근무 툴이 마땅치 않았다. 미팅하려 만났는데 마이크, 카메라 등 미팅 세팅에만 15~20분 걸려 툴이 많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를 지나며 좋은 툴들이 많이 생겨 그런 부분들은 많이 해소됐다”며 “요즘은 인원이 계속 늘어나면서 조직별로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이런 것들을 전체 조직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는 것 같다.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떤 조직에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세팅해 나가는 것들이 고민거리”라고 설명했다.
직원들도 대체로 유연근무제에 호의적 반응을 내놨다. 업무 집중도나 효율성 등에 있어 도움이 된단 의견이다. 직원 박희영씨는 “글을 쓰는 일을 하다보니 집중해야 할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면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다른 동료들과 얘기나누거나 출퇴근하면서 빼는 에너지들이 많은데 집에서 집중 근무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되면서 업무 효율도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박씨는 “원격 근무를 하게되면 노트북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데 보안 문제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다”며 “집에 있는 PC로도 충분히 보완 강화된 시스템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방향이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출퇴근으로 인한 체력 소모 경감, 이직 가능성 감소 등 노사모두 장점인 제도란 의견이다. 최형준씨는 “시차 출퇴근을 이용해 평소 오전 9시 출근시간을 10시로 옮겨보니 확실히 신체적, 정신적 압박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내년에 인천으로 이사를 가게 돼 장소에 대한 제약이 생기게 되는데 이미 재택근무가 잘 활용되는 기업이라 이직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줄어들었다”며 “사업주 입장에서도 퇴사율이 중요한 부분인데 사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근로자와 사용자 윈윈할 수 있는 제도가 하이브리드 근무”라고 평가했다.
백진희씨는 “마포쪽에 살아서 2호선을 타고 집에서 직장까지 출퇴근시간이 총 2시간 30분 젇오되는데 주 1~2회 리코트근무를 사용하면 2시간반에서 5시간 정도 시간을 아끼게 된다. 그러면 그 시간에 집안일이나 회사다닌다고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다”며 “주말에 몰아서 하던 일을 주중에 나눠하다보니 주말에 더 편하게 쉴 수 있고 다시 직장에 복귀했을 때 업무 집중을 확실히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직장에 좀 더 에너지를 갖고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씨는 “3년 간 하루 8시간을 재택근무와 원하는 시간 출근해 퇴근하는 경험을 해보니 주거에 대한 고민을 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하는 문화가 점차 활성화된다면 누구나 서울에 집을 갖고자 하는 이유인 출퇴근 문제에 있어 각자가 원하는 삶에 맞춰 선택해 인구과밀도가 낮아져 주거비용 문제도 해소될 것 같다”고 했다.
유연근무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회사의 꾸준한 관리가 꼽혔다. 조승리씨는 “개발자 특성상 원격근무가 이점이 많다. 즉각 대응해야 할 때 바로 자택에서 근무할 수 있어 장점이라 볼 수 있다”며 “단점은 매니징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 항상 있다. 집에 근무하더라도 본인이 일해야하는 분량, 집에서 일해도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야 하고, 집, 회사 동일한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도록 서포트를 좀 더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완전한 완전한 자율이 되려면 환경을 꾸준히 구축해주는게 굉장히 중요하단 설명이다.
이 장관은 “일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연근무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노동시장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유연근무는 개별 기업 노사가 자율적으로 도입하되 정부는 어려움이 있는 기업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