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결정 후 두 차례 변경 상장 공시
PBR 0.35배 수준에 그쳐 자사주 소각 압력↑
지분 증여 비용 감안하면 소각 결정 쉽지 않을 것 평가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신영증권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신영증권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자사주 소각에 나설지 주목된다. 보통주 전환이 완료될 경우 신영증권의 자사주 비중이 52%를 넘어서게 되는 까닭이다. 다만 일각에선 주가 상승 시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부담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주주환원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신영증권 우선주 1만2524주가 오는 16일 보통주 1만2524주로 변경상장 된다. 해당 우선주는 지난 1월 중 보통주 전환권이 행사된 물량들이다. 신영증권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공시는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달 19일 우선주 3만399주가 보통주로 전환된 바 있다.
이는 신영증권의 우선주 전환 결정에 따른 결과다. 앞선 지난해 12월 신영증권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우선주 전량인 705만3763주(지난해 9월 말 기준)를 보통주로 전환키로 했다. 오는 4월 7일까지 전환청구를 받고 이후에는 자동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당시 신영증권 측은 증시에서 우선주 거래량 부족 현상에 비정상적인 가격 변동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 데다 보통주 유동성 제고 차원에서 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영증권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이 진행되면서 자사주 소각 결정도 함께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신영증권이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 비중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은 보통주로 339만7836주(비중 36.2%)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고 우선주로는 526만2283주를 갖고 있다.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완료 시 자사주는 총 866만119주로 전체 주식 수인 1644만주 대비 52.6%에 해당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신영증권의 자사주 매입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해석했다.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보통주 지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8%에 그치는데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이들의 실질 지분율은 43.95%(우선주 전환 전)에 이른다.
그러나 신영증권이 자사주를 마냥 보유하고 있기엔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 수의 10% 이상이 되는 경우 이사회가 자사주 보유 사유, 향후 추가 매입이나 처분 등 계획 등 자사주 보유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만이 아닌 주주가치 제고에도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정부의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도 신영증권의 자사주 활용 기대를 높이는 요소로 분류된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의 저평가 해소를 이끌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신영증권의 PBR은 0.35배 수준에 그친다. PBR이 1배를 밑돈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기업의 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PBR을 개선시키기 위해선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거나 주가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 ROE는 기업의 순이익을 키우거나 자기자본을 줄이면 높아지는데 실적은 시장 상황과 연계되는 데다 자기자본은 증권사의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신영증권에 쉽지 않은 과제다. 이에 주가를 부양시킬 방법이 필요한데 결국 자사주 소각이 최선이라는 평가다.
최근 신영증권의 주가 상승세도 이 같은 기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신영증권은 저PBR 테마가 불기 시작한 지난달 25일 이후 17% 넘게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KRX증권업종’ 지수의 상승률인 15.24%를 웃돈다. 만일 신영증권이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설 경우 주가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대주주의 지분 승계 전에는 자사주 소각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 결정으로 주가가 급등하게 되면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경영권은 원국희 신영증권 명예회장에서 2세인 원종석 회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아직 최대주주는 원 명예회장으로 16.14%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이 10.58%인 원 회장에선 받아야 할 지분이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