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형 빈혈치료제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
인도네시아 품목허가로 현지 공급 준비
재무구조 악화일로···지난해 매출 73% 감소, 영업적자 확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제넥신이 지속형 신성빈혈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며 실적 개선을 모색한다. 제넥신은 최고경영자(CEO), 연구개발(R&D) 총괄 책임자가 연이어 사임하는 등 실적 악화에 따른 위기감이 높아졌다. 신약 수익성을 강화해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넥신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식약처(BPOM) 신성빈혈치료제 에페사프리필드시린지주(GX-E4, 이하 에페사)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최근 에페사 국내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하며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현지 업체와 협력해 에페사 공급에 나선다. 국내는 품목허가 신청을 시작으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에페사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의 체내 반감기를 늘린 신성빈혈 치료제다. 기존 1세대 빈혈치료제가 2~3일 마다 1회 주기로 투여해야 했다면, 에페사는 2주 혹은 최장 4주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되는 3세대 치료제다. 해당 제품은 ‘비투석 신장질환으로 인한 빈혈(신성빈혈, renal anemia)’을 적응증으로 한다.
그간 제넥신은 신약 파이프라인 중 빈혈치료제와 성장호르몬제에 주력했다. 1999년 회사 설립 이후 24년간 허가받은 신약이 없었던 만큼, 첫 신약 탄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빈혈치료제 에페사는 기존 치료제보다 투여 주기를 늘리고 투여 횟수는 줄인 지속형 빈혈 치료 바이오베터(바이오 개량신약)다.
앞서 제넥신은 지난해 10월 닐 워마 대표에 이어 우정원 바이오연구소장(CTO)의 사임 소식을 알렸다. 잦은 경영진 교체로 신약 개발 방향이 흔들리면서 파이프라인 전략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워마 대표 이전에도 최근 3년간 C-레벨 급 임원이 자주 교체됐다. CEO와 CTO가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신약개발을 이끌 수장이 부재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R&D 동력이 위축될 우려도 제기했다.
지난해는 엔데믹 이후 시장성이 떨어진 코로나19 백신(GX-19N)과 단장증후군 치료제(GX-G8) 프랑스 임상 1상 시험을 자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재정 형편상, 파이프라인 효율화로 개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제넥신이 신약 파이프라인 간소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경영실적 악화가 배경이 됐다. 제넥신의 지난해 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44억원으로 지난 2022년(161억원) 대비 72.6%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92억원으로 전년(337억원) 보다 적자 규모가 16.4% 커졌다. 당기순손실은 67억원으로 전년(57억원) 대비 17.9% 확대됐다.
제넥신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급감 사유에 대해 “바이오 기업 특성상 지속적인 매출 발생이 어려운 만큼, 기술이전 관련 수입이 있어야 매출이 오르는데 지난해는 마일스톤 등 기술수출 수입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넥신은 만성 적자를 고려해 시장성이 불확실한 파이프라인은 정리하되, 임상 막바지 단계에 있는 신약은 상업화에 올인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제넥신이 빈혈치료제 에페사 국내외 상업화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는 이유다. 에페사 국내 상업화에 성공하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3상까지 신약개발 전주기를 제넥신 자체 기술로 진행한 첫 사례가 된다.
제넥신 관계자는 “중장기 신약 개발 전략은 새로운 연구소장을 영입한 뒤 구체적으로 짜게 될 것”이라며 “일단 개발해오던 약물들이 품목허가 단계에 있다 보니 현재는 상업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페사 인도네시아 현지 공급은 파트너사가 맡고 국내 허가와 공급 계획은 아직 고민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넥신은 에페사를 투석치료를 받는 만성신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및 유럽 8개국을 포함한 총 11개국, 60개 기관에서 혈액 투석을 받는 만성신장질환 환자 429명이 대상이다. 한국에서의 첫 환자 투여를 시작으로 나머지 국가도 순차적으로 대상자를 모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