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드수수료 적격비용 개선안 2년째 ‘답보’
금융위 “이해관계자 의견 조율 중···1분기 내 발표 어려울 듯”
조달비용 상승으로 적격비용 인상 여지 있지만
4월 총선 이슈로 수수료율 인상 어려울 듯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안이 2년째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카드사들은 하루빨리 적격비용 현실화 방안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으나 개선안 발표가 계속 미뤄지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에 대한 개선안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도 개선안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2년 2월 합리적인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가맹점, 소비자, 카드업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TF를 구성한 지 2년째지만 여전히 이해관계자 간 의견을 조율 중인 단계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아직 정해지지 않은 사항이 많기 때문에 개선안을 1분기 안에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은 카드사들의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 거래승인 및 매입정산 비용, 마케팅비 등 다양한 비용을 반영해 결정되는 일종의 카드수수료 원가다.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금융당국은 3년 주기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율을 조정해오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수수료율 상승 결정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카드수수료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전인 2007년부터 인하되기 시작해 지난 2021년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됐다. 그 결과 2007년 당시 4.5%에 달했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떨어진 상태다.
10년 넘게 계속된 카드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카드사들은 개선안이 빨리 도출되길 바라고 있지만 논의가 길어지면서 속이 타는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10년 넘게 계속되면서 신용판매 부문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적격비용 개선안이 구체화 돼야 이에 맞춰 신용판매 수익성 제고 방안 등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데 발표가 지연되면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022년 들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적격비용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인 조달비용이 크게 상승한 만큼 원칙대로라면 카드 수수료율이 인상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4월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정치적 이벤트 영향으로 수수료율 인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22년 이후 기준금리와 물가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적격비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조달비용을 비롯해 적격비용을 구성하는 비용 변인들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수료율 역시 오르는 게 자연스럽지만 국내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수수료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고 금융당국의 정무적 판단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수수료율이 인상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