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애초에 ‘고수부지’ 목적으로 만들어져 접근성 떨어져
바쁘고 붐비는 출근시간 집에서 선착장, 선착장에서 직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점이 관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한강 리버버스 구체적 운항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한강 리버버스 구체적 운항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서울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서울 서쪽과 동쪽을 오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들 실감하고 계실 겁니다. 버스를 타면 돌아가거나 길이 막혀 힘들고 지하철도 출퇴근때엔 만원일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기자도 한때 매일 여의도로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던 때 아침마다 셔츠가 구겨 진 채로 하루를 시작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서울시에서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해낸 모양입니다. 동서로 흐르는 한강을 따라 이동하는 ‘리버버스’가 올 10월부터 운항에 나선다고 합니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뚝섬, 잠실, 여의도, 마곡 등 7개 선착장을 운영합니다.

얼핏 보면 한강은 교통체증을 겪을 일도 없으니 그럴 듯하게 보이는데 시작 전부터 우려 목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했던 ‘한강 수상택시’가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인데요. 교통체증도 없는 한강 수상택시는 왜 실패 했었을까요.

가격 등 여러가지 이유를 대지만 가장 대표적 이유로 꼽히는 것은 바로 한강에 대한 접근성입니다. 한강은 똑같이 도심을 흐르는 태국 차오프라야 강, 영국 탬즈강 등과 다르게 도보 접근성이 좋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강변은 그 강들과 활용목적 및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한강 공원은 애초에 ‘고수부지’로 지어진 공간입니다. 고수부지란 물이 넘쳐 홍수가 날 경우 잠기는 것을 감안하고 만드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장마철 집중호우가 오면 한강공원이 물에 잠기는 것은 흔한 일인데요. 목적 자체가 평소엔 공원으로 활용하더라도 상류로부터 많은 물이 흘러올 경우에 이를 담을 수 있는 용도로 만든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보면 한강공원은 우리가 생활하는 서울 육지보다 낮게, 마치 그릇처럼 형성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변에 곧바로 대형건물이 있는 태국 등 해외 와는 다릅니다.

게다가 한강은 북쪽엔 강변북로, 남쪽엔 올림픽대로를 끼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강으로 도보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공원을 조성한 몇몇 곳에 지하도를 뚫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전부이고, 이 마저도 지하철역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꽤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결국 한강 리버버스가 출퇴근용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이 접근성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돼야 합니다. 굳이 급박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면 한강바람을 쐬면서 천천히 이동해도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잠실 한강공원에서 놀다가 여의도로 장소를 옮기고 싶을 때 리버버스를 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는 상황에 ‘관광+이동’이 목적일 때 말입니다.

그런데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입장과 상황은 좀 다릅니다. 출근시간의 직장인 관심사는 사실상 속도뿐입니다. 한강 리버버스는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가는데 약 30분 만에 이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한강 변 선착장에서 선착장까지의 시간입니다. 출근하기 위해 필요한 동선은 크게 ‘①집 현관문에서 잠실 선착장까지 이동하기 ②잠실 선착장에서 여의도 선착장까지 이동하기 ③여의도 선착장에서 회사 사무실까지 이동하기’ 입니다. ②번은 30분만에 가능하겠지만 ①, ③번의 동선과 이동시간이 문제입니다.

일단 바쁜 출퇴근시간에 집에서 나와 한강 선착장까지 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강 리버버스를 출퇴근 시간에 약 15분 간격으로 운영한다고 하는데요. 만약 기다리다 운이 좋게 5분 만에 리버버스가 온다고 가정하면 여의도 선착장에서 잠실 선착장 이동 시간은 대기시간 5분+이동시간 30분 해서 35분 정도입니다.

그런데 기자가 평일인 지난 1일 퇴근시간 무렵 여의도역에서 잠실역까지 ‘티맵’ 서비스로 이동시간을 한번 체크해봤는데요. 약 55분의 소요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자차 이동시간 55분은 선착장 간 시간이 아니라 ‘여의도역’과 ‘잠실역’간 다이렉트 이동시간입니다. 선착장을 오가는 시간까지 더해진다면 시간적 메리트가 아주 크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또 한강 리버버스는 전원 좌석제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한 대 놓치면 15분 기다려야 하는 리버버스를 바쁜 출근시간에 이용할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지하철이 출퇴근시간 보통 5분 만에 오는 데에도 불구하고 한대라도 앞차를 타려고 뛴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직장인들 밖에 모르는 것일까요?

일단 서울시는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해 지하철역에서 5분 만에 선착장까지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인데요. 아직 운영까지 시간이 남은만큼 리버버스가 현재 예상되는 문제들을 극복하고 한강 수상택시와 달리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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