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자사주 취득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책 평가
삼성물산·하나금융지주 등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5곳서 공시 나와
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곧 발표···상장사 호응할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정부가 국내 증시 매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환원에 나서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그중에서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평가되는 자사주 소각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자사주 소각 기업에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속성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소각 공시를 내는 기업들이 최근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상장사가 자사의 주식을 취득해 소각하는 것으로 발행주식수가 실질적으로 줄어들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단순 자사주 취득은 언제든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은 한 단계 더 진전된 주주환원책으로 평가된다.
실제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5건의 자사주 소각 공시가 나왔다. 지난해 1월 한 달 동안 3건의 공시가 나온 것보다 많은 수치다. 이들을 살펴보면 주로 저(低)PER(주가수익비율)이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31일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로 2025년까지 3년간 자사주 전량을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는 보통주 2471만8099주(발행행주식 수 대비 13.2%)와 우선주 15만9835주(9.8%)다. 이는 3조원에 이르는 수치로 매년 1조원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대표적인 저PBR주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정책이 주목된다. 삼성물산의 PBR은 최근 주가가 30% 가까이 상승했음에도 0.77배 수준으로 1배에 못 미친다. 자사주 소각이 PBR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자사주 매입 가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주주환원책 기대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결과적으로 저평가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
PBR과 PER이 각각 0.41배, 4.46배인 하나금융지주도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 공시를 냈다. 하나금융지주는 3000억원 규모인 647만9481주(2.21%)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를 위해 오는 17일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하나금융지주는 2022년과 지난해 각각 1500억원어치의 자사주 소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밖에 자동차 부품사인 영화금속은 발행주식 수 대비 2.2%인 173만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소각 예정금액은 20억원 규모다. 종합 건설회사 DL이앤씨와 생체인식 전문기업 유니온커뮤니티도 보통주 기준 각각 7.6%, 4.08%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영화금속과 DL이앤씨는 PBR이 각각 0.72배, 0.38배 수준이다. 유니온커뮤니티는 PBR이 1을 넘어선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자사주 소각과 같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는 상장사들에 관심이 쏠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달 중에 구체적으로 발표할 예정인데 시장에선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최근 저PBR주가 새로운 테마를 형성하면서 PBR이 1배 아래인 대형 우량주에 수급이 몰리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 기대 영향”이라며 “지금은 뚜렷한 주도주 없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