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학기 전국학교 늘봄학교 시행···“돌봄공백 해소, 사교육 의존도 경감 기대”
저학년 심리·정서, 고학년 학습·진로 중심 가닥···“제도 성패, 양질인력 확충에 달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대한 학부모와 교육 현장 반응에 온도차가 감지된다. 학부모들은 주로 자녀 돌봄 부담과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는 반면, 교육 현장에선 자칫 업무부담 과중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양질의 늘봄 전문 인력 확충이 늘봄학교 안착의 절대적 요건이란 진단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400여 학교에서 시범 운영했던 늘봄학교를 올해 1학기 2000여곳, 2학기엔 모든 초등학교에서 각각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대상 학년은 내년 초등 1~2학년, 2026년엔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늘봄 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단 방침이다.
늘봄학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원하는 학생이 학교에서 다양한 돌봄, 방과 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늘봄 학교를 통해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사교육 의존도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우선순위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상당수 학부모들도 자녀 양육 부담 감소, 교육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7세, 3세 두 자녀를 둔 이유진 씨(39)는 “내년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는 달리 점심때 아이를 데려와야 해 걱정이 좀 있었다. 늘봄학교가 확대되면 육아 부담이 좀 줄어들 것 같다”며 “늘봄학교 선생님들이 성품이 좋고, 실력있는 분이라면 적극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둔 다른 학부모 인모씨(34)는 “사교육 부담이 되지만 아이에게 투자하는 돈은 줄일 수가 없다. 주변 학부모들 얘기 들어보면 방과 후 학교가 좀 부실하단 얘기가 있는데 늘봄학교가 확대되면 방과 후 교육도 좀 짜임새 있게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늘봄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고 있다. 교육부 측은 “초등 1~2학년은 성장·발달에 맞는 재밌고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 무료 제공하고 초등 3~6학년은 미래역량 함양, 진로탐색 등 사교육과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신입생 학교 적응 지원, 놀이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하고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은 인공지능(AI)·디지털, 체육, 문화·예술, 심리·정서, 기초학습 등 프로그램 및 다양한 진로체험 기회 제공하는 쪽으로 운용한단 설명이다.
교육 현장에선 늘봄학교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확충이라고 강조한다. 실력있는 늘봄학교 인재를 제대로 확보해야 학부모의 신뢰를 확보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단 조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학교와 교원들은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 등에 전념하고 돌봄이나 방과후 사교육이라 할 수 있는 방과후 학교 업무는 별도 전담인력, 운영조직 등 시스템을 갖춰 할 수 있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늘봄학교 제도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건은 정규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와 현장 교원들이 늘봄학교 업무에서 분리되는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교원 업무와 늘봄학교 업무를 분리하기 위해 올해 1학기부터 늘봄 신규업무를 할 기간제 교원 등 전담인력을 확보하고, 2학기엔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업무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전담 실무인력을 배치한단 구상이다.
교육계 일각에선 정부 계획과 달리 늘봄학교 확대로 교원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게 아니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날 전국 교사 58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학교 늘봄지원실 설치 계획에 대해 97.1%가 반대한다고 발표하며 교육부의 늘봄학교 계획이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측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늘봄을 포함한 온갖 행정 업무로부터 교사를 해방시키는 것은 교육부의 당연한 책무”라며 “교육부는 그동안 교사에게 떠넘겨왔던 업무를 즉각 해소하기는커녕 1학기에는 기간제 교사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다며 과도기적 혼란을 학교에 양해해달라는 부실한 계획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교육당국이 주체가 돼 전담, 지원인력을 확충해 점점 교원들이 늘봄학교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단 방향을 밝혔는데 이번 1학기까진 교원들이 보기엔 가시적 효과가 미흡한 상황이다보니 정책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결국 우려를 불식시키는 주체도 정부에 있다. 하루빨리 전담인력, 조직을 확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책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