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1월 말 미니스톱 점포 전환율 96%
재무건전성 악화···“미니스톱 인수 이후 개선될 것”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이 자체 설정한 목표에 실패하면서, 새 수장직에 오른 김홍철 대표 어깨가 무거워졌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까지 ‘미니스톱 점포 100%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달성률은 96%다. 미니스톱 통합 작업이 길어지면서 세븐일레븐의 재무 구조 역시 악화하는 가운데 김 대표가 산적한 세븐일레븐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과 사업 통합 과정에서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빅3(GS25·CU·세븐일레븐) 체제 진입을 노리기 위해 미니스톱을 인수했지만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말 미니스톱 점포를 100%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코리아세븐은 3133억원을 들여 미니스톱 2600여개 점포와 12개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당시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점포를 100% 전환하고, 올해부터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달 기준 달성률은 96%다. 현재로서 100여개의 미니스톱 점포가 남은 상황에서 GS25와 CU가 적극 미니스톱 점포 확보에 나서고 있어 코리아세븐이 예상만큼 점포 전환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미니스톱 인수 이후 코리아세븐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미니스톱 브랜드 전환, 통합 물류센터 구축 등 사업통합(PMI) 비용이 확대되면서다.
코리아세븐 사업보고서를 보면,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4조3308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나 영업손실은 224억원에 달했다. 미니스톱을 인수한 2022년부터 코리아세븐은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니스톱이 코리아세븐의 발목을 잡으면서,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리아세븐의 신용도를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김홍철 대표는 코리아세븐 수장 취임과 동시에 산적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을 인수할 당시 유상증자를 단행해 롯데지주 등으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받았으나, 미니스톱과 통합 작업으로 차입금 규모가 증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코리아세븐의 차입금과 사채 규모는 지난 2021년 395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22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부채 증가로 인해 코리아세븐의 부채비율 역시 364%에 달했다.
이를 의식한 듯 코리아세븐은 지난달 말 강병훈 롯데지주 상무보를 재무부문장으로 선임했다. 강 부문장은 20년 이상 롯데서 근무한 롯데맨으로 통한다. 일단 강 부문장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커진 코리아세븐의 재무 부담 해소에 주력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다만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점포 전환이 100% 완료되면,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니스톱 점포 전환이 완료되면 세븐일레븐 점포수는 1만4000여개로, CU와 GS25(각 1만7000여개)와 3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미니스톱 전환 100%가 목표이긴 했지만, 미니스톱 브랜드 사용만료 기한은 3월까지기 때문에 그 안에 통합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미니스톱과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면 물류비, PMI 등 비용이 줄어 재무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특히 편의점은 점포수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세븐일레븐의 점포수가 늘면 그만큼 흑자 전환 속도도 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를 위해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9월, 10월 기존 물류센터를 통폐합해 서울 송파와 인천에 신규 물류센터 운영을 시작했고, 통합 작업과 함께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일단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과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고, 미니스톱의 장점인 넓은 매장과 즉석식품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세븐일레븐의 차세대 매장 푸드드림과 시너지를 내겠다고 했다.
또 세븐일레븐이 내세우고 있는 해외 세븐일레븐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지속 선보여 상품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이 글로벌 지역 20개국서 8만50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소비자로부터 검증된 상품들을 적극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올해 글로벌 상품 소싱을 세븐일레븐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겠다”면서 “소비자 만족은 물론 가맹점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서 업계의 독보적인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