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A·EQB와 iX1·미니 전기차, 같은 시기에 출시
롤스로이스 스펙터에 마이바흐·G클래스로 맞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국내 고급 전기차(BEV) 시장에서 차급별 신차를 출시하며 경쟁 범위를 넓힌다. 볼륨 모델로 꼽히는 소형차 뿐 아니라, 수억원대의 럭셔리 모델로 신차 라인업을 구성해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예고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올해 각각 4종의 신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양사의 신차 라인업에 소형차가 공통적으로 담겼다. BMW 코리아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2의 전기차 버전 iX2를 비롯해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의 뉴 미니 일렉트릭, 뉴 미니 컨트리맨 일렉트릭 등 3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벤츠 코리아는 EQA, EQB 등 컴팩트 SUV 전기차 2종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iX2는 앞서 국내 출시된 소형 iX1, 중형 iX3 두 모델 사이의 간극을 메울 차량이다. BMW의 기존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높이가 낮고 날렵한 형태의 외관을 갖춘 ‘짝수 모델명’의 신차다. 구동성능은 iX1와 동등한 수준을 보이고 디자인과 실내공간 등에서 일부 차별화가 이뤄졌다.
미니는 앞서 출시한 브랜드 첫 전기차 모델 미니 일렉트릭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인 뉴 미니 일렉트릭과 함께, 이보다 더 큰 모델인 뉴 미니 컨트리맨 일렉트릭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각 모델은 새로운 디자인과 연장된 주행거리 등을 특징으로 갖출 전망이다.
벤츠 코리아는 전기차 실적 확대의 두 효자 모델인 EQA, EQB의 부분변경 모델을 상반기 출시해 성장세를 가속한다는 전략이다. 벤츠가 지난해 4분기 유럽에서 먼저 구매주문을 동시 접수 개시한 두 모델은 부위별 신규 디자인을 갖췄고, 일부 물리 버튼으로 조작했던 기능을 터치 스크린으로 제어하도록 해 더욱 첨단화할 예정이다. 또한 이전 대비 늘어난 주행거리와 신규 사양으로 개선된 상품성을 과시할 계획이다.
◇양사의 수입 전기차 점유율 40%···테슬라 이어 2위 다툼
양사는 전기차 판매실적을 견인하는 소형 모델을 앞세워 치열한 시장 점유율 다툼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양사의 수입 전기차 판매 점유율은 지난해 40%로, 5대 중 2대 비중을 차지했다. 단일 기업 중 1위인 테슬라(38%)에 이은 2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이 속력을 늦출 뿐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양사가 판매 의지를 더욱 불태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고물가 기조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시장은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말이 나오는 등 초기 성장 단계를 지났다는 분석이다.
판매사들이 초기 수용자(얼리 어답터)를 넘어 일반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를 유인하기 위해 가격 진입장벽 완화, 제품군 확장 등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소형차를 잇달아 출시해 더 넓은 고객층을 공략하고 수요를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적 배경에서 비롯된 행보로 해석된다.
양사가 고객 확보 차원에서 지난해 연말 양사가 전기차를 수천만원씩 할인 판매하는 등 공격적으로 전개해 온 프로모션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BMW 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준대형 전기 세단 i5를 처음 출시한지 한 달여 만에 수천만원씩 할인 판매하는 점에서도 점유율 제고를 통한 기선 제압의 중요성이 읽힌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초고속 성장과 해외 진출이 가격전쟁을 촉발했다”며 “제작사 간의 사활적 경쟁은 개선된 성능, 가격에 대한 소비자 기대와 함께 신차 대기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럭셔리카 시장 성장에 동급 전기차 수요도 확대
양사는 또한 럭셔리카 시장에 전기차를 투입해 경쟁 외연을 넓힐 예정이다. BMW 코리아가 지난해 말 럭셔리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첫 전기차 스펙터(Spectre)를 출고 개시한 데 이어 벤츠 코리아가 오는 하반기 마이바흐 EQS SUV, G-클래스 전기차 등 2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대형 전기 SUV인 마이바흐 EQS SUV는 658마력(484㎾), 1회 최장 주행거리 600㎞(자체 분석 기준), 후석 퍼스트 클래스 사양 등 특징을 보인다.
EQG로 불리는 G-클래스 전기차는 사양에 관한 공식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내연기관 G-클래스와 마찬가지로 험로(오프로드) 주행에 능한 주행성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출시 예상 지역인 미국에서는 G-클래스가 최소 15만달러(약 2억원)에 판매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양사는 최근 수년간 국내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서 수요 창출 기회를 확인하고 해당 모델의 판매에 힘쓰는 것으로 분석된다. KAIDA 통계에 따르면 1억5000만원 이상 가격대의 전기차 시장은 2021년 362대 규모로 시작돼 2년만인 지난해 4030대로 11배 넘게 성장했다.
EQS, i7 등 값비싼 초대형 전기 세단이 호응을 얻어 1000~2000대씩 판매되며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내연기관차인 럭셔리카 모델의 판매실적이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동급의 전기차 수요도 함께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양사가 이 같은 성장세 속에서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G-클래스 등 럭셔리 브랜드의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풀이된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 코리아 사장은 지난 19일 서울에서 진행한 신형 E-클래스 출시행사에 참석해 “지난해 전기차 실적에서 전년 대비 80%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며 “올해 벤츠 브랜드를 비롯해 마이바흐, G클래스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어서 실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