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1조5935억원···전년 말 대비 55.1%↑
고금리 장기화로 차주 이자부담 증가···대환대출 수요 확대
“연체 일시적 유예하는 대환대출···향후 더 큰 부실 위험 가능성도”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작년 한 해 동안 5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론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대환대출을 통해 기존 카드론의 연체를 막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59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276억원) 대비 55.1% 증가한 규모다. 액수로는 1년 만에 5658억원 늘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상환할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환으로 만기를 조정해 단기적으로 연체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일반적으로 기존 대출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대환대출 증가세는 작년 5월 이후부터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작년 3월과 4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각각 4.3%, 8.3%로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5월부터 증가율이 확대되면서 37.9%로 뛰었다. 이후 6월에는 증가율이 48.2%로 올라선 데 이어 9월에는 58.4%까지 확대된 바 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KB국민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407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카드는 두 번째로 많은 366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뒤이어 현대카드(2506억원), 우리카드(2373억원), 하나카드(1393억원), 롯데카드(974억원), 현대카드(953억원) 순이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카드로 2022년 말 대비 1년 새 164.8% 급증했다. 이외에 하나카드(96.4%), 우리카드(77.2%) 등도 7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작년부터 카드론 대환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진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론을 이용하는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상환 능력이 떨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11월 말 기준 7개 카드사가 취급한 카드론의 적용 금리대별 회원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카드론을 이용하는 차주의 평균 61.4%가 14%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론 전체 이용 고객 중 절반이 넘는 차주가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카드론 대환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론 대환대출을 이용한 차주는 당장의 연체는 피할 수 있지만 대환대출을 이용하면서 기존 카드론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신용등급도 떨어지게 된다. 결국 차주들의 상환 능력은 더 악화되고 이는 더 많은 연체를 발생시켜 카드사의 건전성 지표 하락으로 이어진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차주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환대출은 연체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더 큰 부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대환대출은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존 카드론보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며 “이미 연체 위기에 놓였던 차주가 더 높은 금리로 대환대출을 이용할 때 이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