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올해 실적 개선 주문···포트폴리오 관리 중심 영업 전략 제시
실적 개선 가능성 미지수···포트폴리오 조정만으로 수익 확대 한계 분명
우리은행, 선제적 중단으로 ELS 손실 방어···파생 변수 통해 실적 개선에 긍정적 효과
ELS 불완전판매 관련 조사 결과 관건···향후 영향도 따라 시중은행 실적 순위 변동 가능성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의 원금 손실률이 커지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우리은행은 관련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기반해 새해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관리 중심 영업을 제시된 가운데 목표인 실적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트폴리오 조정만으로는 수익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ELS 손실 방어로 얻은 파생 효과를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을 해소해 결과적으로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2024년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2024년은 저와 여기 계신 경영진들이 온전하게 감당하는 해"라고 말하며 자신과 경영진의 책임감을 강조하면서도 실적 개선을 당부했다. 

통상 60여명 소수 임직원만 대상으로 했던 워크숍은 그룹 소속감을 고취시키고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임 회장의 뜻에 따라 그룹사 대표와 전 임원, 은행 본부장과 부서장, 자회사 전략담당 부서장, 그룹 우수직원 등 약 380명이 모인 가운데 열려 규모가 확대됐다.

임 회장은 회의에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자산관리 전문은행 도약을 올해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전통적 강점 분야인 기업금융에서의 명가 위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자산관리영업 패러다임을 포트폴리오 관리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리스크 관리에 힘쓰며 개별 상품 판매보다는 전체 자산관리라는 각도로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우리은행 입장에서 자산관리는 소외된 영역으로 평가받다. 전통적인 고객 기반이 기업인 영향 때문이었다. 지난 2019년 발생한 라임 펀드 사태와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도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위축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 ELS 판매에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선제적으로 금융상품 판매 및 관리 기준을 강화한 결과 최근의 손실 사태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었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통상 3년) 때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이다. 하지만 미리 정한 수준보다 가격이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는 2021년 초 1만~1만2000포인트까지 올랐다가 현재 60% 수준인 500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는 전날 5001.95로 하락 마감하며 2022년 10월31일 기록한 저점(4919.03)에 근접했다. 2021년 2월 기록한 최고점(1만2271.60)과 비교하면 59% 하락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홍콩 H지수 ELS 잔액은 249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다. 판매 잔액이 적은 만큼 손실 규모도 작다. DLF 손실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투자상품 심의 절차를 강화한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신설하고 실무자에서 임원까지 제한없는 의견 개진으로 실효성을 확보한 결과다.

하지만 올해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면서도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피력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중심 영업이 자산관리 전략으로 제시된 것이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이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자산관리 시장은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보다 금융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트폴리오 조정만으로는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ELS 불완전판매 논란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에 대비해 추가 충당금 적립 등을 고려하면 타 시중은행보다 실적 개선에 있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의 과실이 인정되면 손실에 대한 일부 배상을 하게 된다. 

앞서 지난 2019년 DLF와 2021년 라임펀드 사태 당시 금융당국은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금융사에 권고한 바 있다. ELS 손실 방어로 파생되는 변수를 통해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어느정도 실적 개선 효과를 취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조사 결과 따라 일부 손실을 추가 부담할 수도 있다"며 "향후 영향도에 따라 시중은행 실적 순위가 변동되면서 전체 서열도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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