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기 논의 지지부진···국조실 주관 ‘국민토론’서 결정
정부 “통신사 돈 더 풀어라”···통신사 “경쟁 과열 우려” 볼멘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윤석열 정부가 오는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 정부 출범 초기 ‘규제심판대제도’ 7대 과제 중 하나로 단통법 폐지를 선정했음에도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폐지 방침을 확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무조정실 주관 ‘국민 대토론회’에서 단통법 폐지안에 대한 소비자, 학계 등 의견을 수렴했다. 다만 총선 전 폐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사항인 탓에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동의를 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2일 국무조정실은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생활규제 개혁’을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해 단통법 폐지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당초 토론회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개회 직전 돌연 불참을 결정했다. 토론회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진행됐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법 시행 10년을 맞았지만, 이용자 피해 해소 등 당초 도입 취지 달성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막는 등 법이 수명을 다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되레 통신3사가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면서 가계 통신비 부담만 늘었단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과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는 규제를 국민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단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방 실장은 통신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점이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의 상한(공시지원금의 15%)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통법의 핵심이 추가지원금 상한제다.

정부는 2022년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를 규제심판제도의 7대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 바 있다. 규제심판제도는 국무조정실이 민간의 규제개선 건의를 들어 규제심판부를 구성하고 규제개선 필요성을 판단해 소관부처에 권고하도록 한다. 이후에도 소관부처가 권고를 거부하면 대통령 직속 규제정책 심의·조정기관인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해 권고안을 의결할 수 있다. 이어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개선안을 확정한다.

당시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에 대한 ‘대국민 온라인 토론’은 같은해 9월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국무조정실이 앞서 진행된 안건 토론 과정에서 운영상 보완점이 필요하다 판단해 연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오는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 재추진에 나선 것이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3사의 영업이익은 줄어들 전망이다. 그간 통신3사는 마케팅비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 기조하에 영업이익을 높여왔는데, 단통법이 폐지되면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에선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 시장이 안정화된 측면이 있는데, 폐지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 측면에선 차별 확대, 사업자 측면에선 시장 경쟁 과열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 등이 우려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요금할인을 받고 있는 소비자들의 혜택은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단통법 폐지 및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을 위해 국회와 논의를 거치고 소비자, 업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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