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승인에 美 코인베이스 시장 점유율 축소 우려
국내 상황 달라···당국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 금지에 거래량 증가
거래소 실적, 수수료 수익 절대적··· 거래소별 다른 수수료 정책 펼치고 있어 희비 엇갈려
수수료 무료화 빗썸과 달리 업비트 실적 주목···수익 극대화 예상

국내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면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 미국과 달리 별다른 경쟁자가 없는 거래소들이 고스란히 수혜를 본 셈이다. 업비트는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선언한 빗썸과 달리 거래 수수료를 유지하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내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면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 미국과 달리 별다른 경쟁자가 없는 거래소들이 고스란히 수혜를 본 셈이다. 업비트는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선언한 빗썸과 달리 거래 수수료를 유지하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중개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별로 다른 수수료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비트의 경우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빗썸에 비해 뜻밖의 호재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12일 기준 24.53% 하락했다. 10일 151.29달러였던 주가는 11일 141.16달러 12일 종가 기준으로는 7.35% 하락한 130.78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다시 반등했으나 현재 133달러대에서 머물고 있다.

코인베이스 주가 하락 배경으로는 최근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가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함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투자에 대거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거래소를 거쳐 코인을 구매하지 않고 ETF를 통해 간접적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거래소들의 시장 점유율이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8곳의 수탁사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40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올해 코인베이스의 매출 절반가량이 일반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사고팔 때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월가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인베이스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매하는 것보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한 수수료가 더 저렴한 데다 별도의 계좌를 개설할 필요 없이 간편해서다.

비트코인 현물 ETF 수수료는 직접 투자 수수료보다 저렴하다. 아크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발키리, 비트와이즈 등 운용사들은 일정 기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후에도 평균적으로 연 0.25~0.30%대 수수료를 내걸었는데 코인베이스의 경우 최대 연 0.6% 수수료를 받고 있다.

반면 국내 상황은 달랐다. 미국과 달리 국내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에게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중개를 금지했다. 업비트와 빗썸의 기업 가치도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은 전날보다 약 2배 늘어난 약 14조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거래 자체를 막아놓았기 때문에 비트코인 ETF와 경쟁 상황이 성립되지 않았다"며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가격은 오르고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거래소 수급 상황이 좋아지고 수수료 수입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코인을 거래하는 수수료가 수익의 원천이다. 지난해 3분기 코인베이스의 수수료 수익은 전체 순수익의 46%를 차지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의 96.92%가 플랫폼을 통한 수수료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빗썸은 실적에서 수수료 외에 다른 별도 항목을 구분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별로 각기 다른 수수료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기준 가상화폐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업비트의 11일·12일 거래량은 각각 50억9999만달러, 61억5041달러로 총 112억5040만달러(약 14조7832억원)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빗썸은 각각 25억883만달러, 23억618만달러를 기록해 약 48억1501만달러(약 6조3272억원)를 넘겼다.

수익 대부분이 수수료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거래소마다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비트는 가상자산 투자 시 매수에 0.05%, 매도에 0.05%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추산해 보면 11일·12일 업비트가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148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빗썸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거래로 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했다. 가상화폐 투자자 입장에서는 빗썸의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가상자산 투자의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거래소는 호재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지 못해 빗썸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와 빗썸의 기업가치는 연초 이후 큰 변동 없는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현행 수수료 정책에 따라 업비트의 경우 수익이 과거보다 더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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