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도 과열···가격 발견 기능 제대로 작동 안 돼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문화도 바뀔 필요 있어 지적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이 뜨겁다. 연초 IPO 시장 비수기가 무색할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따따블’(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배 상승) 사례와 새내기주의 상장 후 급등 현상에 투자자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IPO로 대박을 터뜨리려는 것은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기관 수요예측을 마친 기업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첫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포스뱅크는 2104개 기관이 참여해 839.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도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해 결정했다. 우진엔텍과 HB인베스트먼트도 기관들이 몰리며 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공모가를 냈다.

이는 물량을 받기 위해 기관들이 높은 가격을 써낸 결과다. 대표적으로 포스뱅크의 경우 2104개 기관 중 2067개 기관이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인 1만5000원을 초과한 가격을 냈다. 이들 중 확정 공모가인 1만8000원 이상 가격을 제시한 기관이 공모 물량을 배분받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물량을 받기 위해선 높은 가격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시장 왜곡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수요예측의 고유 기능 중 하나가 전문투자자인 기관들을 통해 적정 공모가를 산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기관마다의 분석과 판단에 따라 다양한 가격제시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특정 가격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 공모가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IPO 시장은 상장 후 고평가와 저평가라는 양면의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를 이용하는 투기성 세력의 놀이터가 되곤 했다. 이들이 빠져나간 뒤에는 무관심과 함께 새내기주의 저성과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도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IPO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수요예측 단계에서 가격발견 기능이 더욱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대안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로 코너스톤 제도가 언급된다. 이 제도는 IPO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발행사와 주관사가 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공모주 일부를 배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상장사에는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기관 투자자에는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공모가와 관련해선 전문성이 높은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는 법적으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고 공모주 배정의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밖에 수요예측 경쟁률 미공개, 상장 주관사 자율성 확대, 기관 증거금 부활 등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역시 이해가 어긋날 수 있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의 시각도 있어 제도 도입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한 IPO 주관사 관계자는 이상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밸류에이션에 관계없이 단기간에 대박을 터뜨리려는 문화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짚었다. IPO가 기관들에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되다 보니 과열이 생기고 왜곡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증시의 관문이 무너진다면 자본시장 역시 온전할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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