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회장 측 계열사 임원 교체···“박창원 엠더블유앤컴퍼니 대표 특수관계 해소는 조현식 고문 따라 이뤄진 것”
형제 각각 신사업 추진 중···“그룹이 갈등 비용 지불해 비효율적”

한국앤컴퍼니가 지난 8일 일부 계열사 임원들의 특별관계 해소 사실을 담아 게재한 공시. /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앤컴퍼니가 지난 8일 일부 계열사 임원들의 특별관계 해소 사실을 담아 게재한 공시. /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최근 신사업에 연계된 계열사의 임원을 일부 교체하며 분위기를 쇄신했다. 다만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이 각각 신사업 ‘마이웨이’를 걸어가고 있어 사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전날 계열사 임원 4명의 특별관계 해소 사실을 공시했다.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박창원 엠더블유앤컴퍼니 대표이사(2000주), 김경욱 전 아름일렉트로닉스 감사(500주), 정희석 전 한국네트웍스 사내이사(100주), 전병우 아름일렉트로닉스 감사(1주)가 특별관계를 해소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6월말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일제히 매입했고, 처분도 지난 1일 함께 실시했다.

특별관계는 자본시장법상 특정 법인과 해당 법인의 임원, 또는 총수 친인척 같은 ‘특수관계인’ 양측간 맺어지는 법적 관계를 의미한다. 특정 법인 주식을 공동 취득·처분하거나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합의한 투자자들도 특수관계인으로서 법인과 특별관계를 맺는다.

지난 2017년 당시 한국타이어 상무였던 박창원 엠더블유앤컴퍼니 대표이사(왼쪽에서 세번째)가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우수 공급업체 시상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난 2017년 4월 당시 한국타이어 상무였던 박창원 엠더블유앤컴퍼니 대표이사(왼쪽에서 세 번째)가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우수 공급업체 시상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번 공시에 기재된 임원들 모두 그룹 신사업에 연계된 인사로 구분 가능하다. 박창원 대표이사는 조현식 고문 소유 법인 엠더블유홀딩(75.96%)의 100% 자회사인 엠더블유앤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엠더블유앤컴퍼니는 벤처캐피탈로 신사업 투자를 수행 중이다.

조현범 회장의 친형인 조현식 고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 대표이사는 최근 경영권 다툼의 일환으로 형제간 특별관계가 해소된 후 조 고문의 뒤를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 3인은 조 회장과 밀접한 계열사에서 근무한 공통점을 보인다. 정희석 전 사내이사는 정밀기계 전문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에서 근무했고 김경욱, 전병우 전 감사는 조현범 회장(76.47%)을 최대주주로 둔 차량용 인쇄회로기판 전문 기업 아름일렉트로닉스에 재직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박창원 대표이사의 특수관계 해소는 조현식 고문을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이외 3명은 사임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31일 기준 한국앤컴퍼니그룹 지분도. / 사진=기업집단포털
지난해 5월31일 기준 한국앤컴퍼니그룹 지분도. / 사진=기업집단포털

◇경영진 변화로 신사업 추진에 탄력

이번 경영진 변화로 조 회장의 신사업 분위기가 한층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그룹 주력 사업인 타이어 제조업이 불확실한 완성차 시장 흐름과 패러다임 전환에 크게 영향받는 가운데,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수익원 다각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 회장은 앞서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자율주행 로봇 ▲산업용 증강현실(AR) ▲금속 3D 프린팅 ▲광학 초소형 정밀기계 등을 그룹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 이를 발굴·육성하는 과정에서, 조현식 고문이 다수 지분을 보유한 법인을 제외한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 회장은 “모델솔루션, 한국엔지니어링웍스, 한국프리시전웍스, PMC 등 계열사들이 관련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앤컴퍼니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회장(가운데)과 장남 조현식 고문(왼쪽). / 그래픽=시사저널e DB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조현범 회장(가운데)과 조 회장의 친형인 조현식 고문. / 그래픽=시사저널e DB

◇형제간 신사업 각자 추진 “투자 비효율”

다만 최근 그룹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였던 조 회장과 조 고문이 신사업을 별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또 하나의 리스크로 지목되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조 고문의 벤처캐피탈(VC) 법인 엠더블유컴퍼니는 지난달 말 가구 물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엠더블유컴퍼니는 앞서 직방, 비바리퍼블리카, 의식주컴퍼니 등 업종별 주요 스타트업에 자금 투입하며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조 고문은 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와 지분관계로 얽혀있지 않은 별도 법인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그룹 자금 흐름과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조 고문이 그룹사 지분을 활용해 조 회장의 신사업에 언제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점은 향후 새로운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조 고문은 현재 한국앤컴퍼니(18.93%),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0.65%) 등 주요 그룹사 뿐 아니라, 신사업 첨병 역할을 맡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20.00%)의 지분까지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을 행사하고 주주배당의 수혜도 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이 공고한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지만 주주로서 조 고문의 권리 행사까지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뿐 아니라 총수일가에 두 개 이상의 신사업 자금 흐름이 형성된 점은, 단일화한 투자 체계에 비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형제 다툼의 결과 최근 조 회장이 ‘한판승’을 거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쪽 모두 작고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타이어 본사. / 사진=한국타이어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국앤컴퍼니그룹 사옥. / 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

조 회장이 지난달 21일 공판 출석을 위해 찾은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취재진에게 “아버지(조양래 명예회장)가 연로하니 형제끼리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만나봐야 한다”고 말한 것도, 형제간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분 관계를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당시 조 고문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결연해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한 점에 대해 MBK파트너스를 중점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업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역량을 결집해도 모자란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한국앤컴퍼니그룹이 갈등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점은 비효율적이고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형제간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룹 주력사의 주가 흐름도 시원찮다. 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이날 1만5270원, 4만3750원으로 장마감했다. 전날 대비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130원 하락했고, 한국타이어 주가는 350원 상승했지만 양사 모두 지난달 이후 현재까지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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