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최초 거래 수수료 무료화 선언 주효
거래 수수료 수익 대부분인 점 감안하면 사실상 실적 포기하고 점유율 확대 집중
수수료 무료 이벤트 종료 후 점유율 유지 여부가 관건···경쟁사 대비 낮게 책정 가능성
바이낸스 사례 고려 시 회의적인 전망도···빗썸 "대고객 서비스 강화 및 이용 편의성 개선 이어갈 것"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빗썸이 최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점유율에서 4년여 만에 업비트를 제치고 반짝 1위를 탈환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최초로 거래 수수료 무료화 선언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관련 이벤트를 종료해도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빗썸의 일일거래액은 4조7440억원을 기록해 4조5760억원의 업비트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은 ▲빗썸(50.3%) ▲업비트(48.5%) ▲코인원(1%) ▲고팍스(0.1%) ▲코빗(0.1%) 순을 기록했다. 빗썸 점유율은 다음날 40% 안팎으로 떨어지며 1위 자리는 다시 업비트에 넘어갔지만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빗썸 시장 점유율이 잠시라도 최선두에 오른 것은 4년 만이다. 빗썸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업체였지만 다음해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연동하고 높은 편의성을 무기로 이용자를 끌어모으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후 쏠림현상이 점점 강화돼 업비트가 80~90% 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구도가 굳어졌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빗썸은 10% 아래의 한 자릿수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최초로 취급하는 모든 가상화폐에 대한 거래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선언했고 이에 점유율은 다시 10%대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후 12월 들어 빗썸의 점유율은 본격적으로 30% 안팎을 오갔다.
이처럼 빗썸 점유율 상승의 배경에는 수수료 전면 무료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게임 제작사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하는 가상화폐인 위믹스를 재상장한 점도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5대 가상자산거래소 연합체인 닥사(DAXA)는 지난 2022년 12월 유통량을 허위 공시했다는 이유로 위믹스에 대해 1년간 거래 지원 종료 처분을 내렸다. 빗썸은 당시 처분 시한이었던 1년이 지난 직후 위믹스에 대한 거래 지원을 재개했고 이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한 달 만에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타 거래소 대비 공격적인 상장을 진행하면서 거래소의 가상화폐 풀(POOL)을 늘려 점유율 반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거래 수수료가 거래소 수익의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빗썸은 실적을 포기하고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빗썸 실적은 눈에 띄게 악화된 상태다. 4분기는 거래 수수료 수익이 없고 수수료를 받았던 지난해 2분기와 3분기는 각각 34억원과 7억원의 손실을 내 적자가 지속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화 이전 3개월간 일평균 거래량(2585억원)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매일 13억원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최대 관건은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한 후에도 지금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점유율 유지에 성공하면 빗썸발(發) 시장 구조 재편이 이뤄질 것이지만 그 반대라면 빗썸은 실적 악화에 따른 후유증을 안게 될 공산이 크다.
업계 안팎에서는 실적을 고려해 빗썸이 다시 수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경쟁사 대비 낮게 책정해 연착륙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빗썸의 수수료는 0.25%로 가상자산 거래소 중 가장 높았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업비트의 0.05%보다 낮게 책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 수수료 이벤트 종료 후에도 점유율이 유지되면 빗썸은 체질 개선과 시장구조 개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낸스 사례를 봤을 때 점유율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바이낸스는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스테이블코인 '트루USD' 마켓 활성화를 위해 무료 수수료를 도입했는데 프로모션 종류 직후 해당 마켓에서 비트코인 거래액은 88% 급감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카이코는 지난 11월 한국 시장 보고서에서 최근 빗썸의 점유율 변화와 관련해 "수수료 무료 프로모션이 거래량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프로모션 종료 즉시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빗썸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정책 종료 이후에도 경쟁력 있는 수수료 제시와 함께 대고객 서비스 강화, 이용 편의성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