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Quality Excellence(QE)실장으로 화이자 출신 김준모 부사장 영입
티움바이오, 상반기 임상 결과 공개 앞두고 SK디스커버리 출신 김정훈 부사장 영입
세닉스바이오테크, 셀트리온 출신 최문선 CMO 영입···임상 연구 고도화 기대
젬백스·파미셀, 변호사 출신 사장급 인재 영입···글로벌 사업 강화 드라이브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새해를 맞아 외부 인재 영입을 확대하며 투자 유치와 신약 상업화 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법조계, 산업계 다양한 분야에서 석학을 데려와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8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고금리 경제 불황과 투자 한파로 자금조달, 임상 중단·실패 등 산업 내 위기감이 높아졌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연초부터 다양한 인재 영입 소식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임원급 인력 충원과 맞물려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는 지난달 화이자 출신 인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본부 단위의 조직개편을 단행해 사업 고도화와 전문성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주목되는 점은 품질관리(QC)와 품질보증(QA)으로 구성됐던 Quality 본부에 Quality Excellence(QE)실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SK바사는 신설된 QE실장으로 화이자 출신의 김준모 부사장을 선임했다. 김 부사장은 미국 화이자에서 제품 프로세스 관리 등의 실무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사장은 SK바사에 합류하면서 신설된 QE실 총책임과 회사의 생산 공정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는 SK바사의 백신 공장인 안동 L하우스와 2025년 완공 예정인 송도 글로벌 R&PD 센터의 제품 생산 공정 수준 고도화를 이끌게 된다. SK바사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QE실에 합류하면서 핵심 생산시설의 제조 공정 수준을 미국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수준으로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티움바이오는 SK디스커버리출신 김정훈 부사장을 영입했다. 김정훈 부사장은 1998년 SK케미칼에 입사해 파마(Pharma)기획실장, 연구개발센터장을 역임했다. 이후 SK디스커버리 바이오전략·투자본부장을 맡으며 그룹사의 미래 성장 전략 수립 및 투자를 담당했다.
올 상반기 티움바이오는 자궁내막증·자궁근종 치료제 ‘메리골릭스(TU2670)’와 경구용 면역항암제 ‘TU2218’, 혈우병 치료제 ‘TU7710’ 등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현재 회사는 자궁내막증 치료제 메리골릭스의 유럽 임상 2상과 면역항암제 TU2218의 키트루다 병용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의 사업적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김 부사장을 영입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티움바이오는 이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등 지난해부터 기술이전 비즈니스 미팅을 전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티움바이오는 4년째 지속적인 연구개발비 투입으로 상장 이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약 상업화와 사업개발을 책임질 전문 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세닉스바이오테크(이하 세닉스)는 셀트리온 출신 최문선 이사를 최고의료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CMO)로 전격 영입했다. 최문선 CMO는 10년 동안 셀트리온의 임상운영팀을 이끌었다. 셀트리온에서 다수의 글로벌 임상시험 운영과 인력 관리를 총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세닉스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본임상 궤도에 진입시키고 전반적인 임상시험 총괄 등의 업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닉스 측은 “최 CMO는 글로벌 CRO과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왔던 업계 전문가”라며 “이번 영입으로 CRO 조직의 체계적인 시스템 체계와 효율적인 인력 관리, 임상 연구 고도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젬백스앤카엘과 파미셀은 변호사 출신 인재를 사장급 인사로 영입했다. 글로벌 법률 전문가를 충원해 국내외 투자 유치, 해외 사업 확장 등 미래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겠다는 목표다.
먼저 젬백스앤카엘(이하 젬백스)은 글로벌 로펌 레이텀앤왓킨스(Latham & Watkins)의 이석준 변호사를 바이오 사업부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2005년부터 여러 미국 로펌에 소속돼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법률 자문을 맡았다. 젬백스는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알츠하이머병, 진행성핵상마비(PSP) 등 신경퇴행성질환 치료제 ‘GV1001’을 개발하고 있다. 이중 알츠하이머 적응증의 GV1001 국내 임상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지난해 5월 삼성제약에 기술이전해, 국내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삼성제약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으로 알츠하이머 적응증의 GV1001은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 임상 및 상업화 권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젬백스는 GV1001에 대한 미국 및 유럽 7개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전개하고 있다. 젬백스 관계자는 “이 총괄사장이 국내외 기업에 대한 이해도와 경영 자문 경험이 많은 만큼, GV1001을 내세워 국내외 투자 유치와 기술이전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기대했다.
파미셀은 경영총괄부사장으로 윤연수 변호사를 영입했다. 윤 부사장은 법무법인 세종에서 기업자문변호사로 기업인수합병, IT방송통신,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파미셀 합류 직전에는 법무법인 광장의 국제중재팀 소속으로 근무했다. 파미셀에 따르면 윤 부사장 합류 후,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과 원료의약품 생산 위주의 사업 확대를 모색 중이다.
파미셀은 사업본부는 바이오메디컬 사업부와 바이오케미컬 사업부로 나뉘어 있다. 이중 바이오케미컬 사업부의 뉴클레오시드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최근엔 유전자 치료제용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합성 원료물질로 사용되는 신규 뉴클레오사이드의 제조 가능성을 확인해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파미셀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원료 제품을 머크, 로슈, 써모피셔사이언티, 머크, 넥타 테라퓨틱 등 글로벌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며 “윤 부사장의 합류로 원료의약품 글로벌 수주 확대와 줄기세포치료제 국내외 제조 및 판매망 확대 시너지를 기대 중”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제약바이오 시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자 '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 성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다수의 기업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발전 가능성을 찾기 위해 효율적인 인력 운영, 핵심 파이프라인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특히 바이오 업계에선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전문인력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바이오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다방면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영입해 사업적 시너지를 내려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분야는 최소 박사급 이상 전문인력 중심으로 산업이 돌아가는데 국내에서는 바이오 전문인력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고, 인력 쟁탈전은 점점 심화되는 추세”라며 “C레벨급 임원으로 꼭 바이오 산업 출신이 아니더라도 법조계, 증권가, 전문 경영인 등 다방면으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엔 내수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해외 사업 확장에 전문성이 있는 인재 영입도 가속화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