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달 전만 해도 원화 대비 엔화 가치 15년 만에 최저치
최근 원·엔 환율 빠르게 반등하면서 투자자들 '고심'
일본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 시사···변동성 예측 어렵고 주요국 통화 강세 보여 신중한 판단 요구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엔화값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엔화를 사거나 엔화 관련 금융 상품에 투자 중인 재테크족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불과 2달 전만 해도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만큼 엔화 투자 매력이 커졌지만 최근 원·엔 환율이 빠르게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후 일본의 통화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급등락을 거듭하는 엔화 변동성에 방향을 쉽사리 가늠하기 힘든 상황인데다 유로화 등 그 외 주요국 통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엔테크(엔화 투자)에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100엔당 912원28전을 기록했다. 지난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971원93전)에 비하면 6.1% 하락했지만 지난해 연저점을 기록한 11월 16일(856원80전)과 비교하면 6.5% 올랐다.
지난해 11월에 기록된 850원대 원·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월 10일(855원47전) 이후 15년10개월 만에 최저였다. 기록적인 엔화 약세 현상이 펼쳐지자 엔화 투자자는 물론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관광객의 엔화 구매 수요까지 몰리면서 엔테크 열풍이 불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1월 엔화예금 잔액은 1조1971억엔으로 지난해 4월(5979억엔)보다 두 배로 불어났다.
하지만 12월 들어 엔화예금은 3주 만에 5000억원 넘게 빠졌다.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과 맞물려 엔화가 저점을 찍은 후 반등하고 있어서다. 일본은행(Bank of Japan, BOJ)은 지난달 18~19일 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 동결하는 등 장단기 금리를 종전대로 유지했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도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정책 종료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기 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이번달 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인식이다.
엔화가 상승세에 시동을 걸었지만 예년 평균 가격에 비춰보면 여전히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년 12월 13일~2023년 12월 12일)간 100엔당 원화값 평균치는 1014.3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기준 100엔당 원화값이 913.7원인 것을 감안하면 원화 대비 엔화값은 10년 평균치보다 10%가량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원화 강세와 일본은행 통화정책을 고려할 때 원·엔 환율이 계속 오르기는 하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경기 개선 등으로 1·4분기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하면 원·엔 환율이 900원 내외에서 등락할 수 있는데 1·4분기 말이나 2·4분기 초반 일본은행이 정책 정상화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엔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엔화 투자 방식은 환전, 엔화예금, 국내 상장 엔화 ETF, 일본 주식 등으로 다양하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엔화 가치에 대한 변동성을 유념하고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 아울러 엔화를 매수할 때는 환율이 금리뿐만 아니라 성장에도 좌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코로나19 때 1150원까지 갔기 때문에 그 정도로 다시 올라갈 가능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면서도 "일본 경제 자체가 고령화,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한국보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점을 감안해 엔화가 저렴해도 투자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