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이드라인 적용···작년 3분기 750억원 적자
지난해 총 4360억원 자본성증권 중도상환
'인수 포기' 하나금융 승자?···향후 매각 '물음표'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DB생명이 지난해 대규모 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자본건전성이 악화됐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새 회계제도(IFRS17) 관련 가이드라인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존에 발행했던 자본성증권의 만기가 대규모로 돌아온 점도 자본규모를 쪼그라들게 만든 요인이었다. 이에 당분간 KDB생명은 매각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킥스는 60%로 직전 분기인 6월 말 대비 7.53%포인트 하락했다. 법정 하한선인 100%에 한참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킥스의 일부 위험 항목 도입을 유예해주는 경과조치를 시행한 값도 6.64%포인트 내린 134.05%를 기록했다.
킥스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제도다. 경기 변동 혹은 인구구조의 변화 등 각 위험요인으로 인해 보험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본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보험사의 현재 자기자본(가용자본)을 분자, 각종 위험요인(생명·장기·시장·금리·신용·운영리스크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험사의 자본감소 규모를 추정한 값(요구자본)을 분모로 해 산출한다.
KDB생명의 킥스 비율이 하락한 이유는 가용자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9월 말 기준 가용자본은 9677억원으로 6월 말과 비교해 약 10%(1100억원) 급감했다. 일각에선 KDB생명의 가용자본 감소가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KDB생명은 지난해 하반기 새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총 5260억원의 자본확충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216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한 달 뒤엔 후순위채로 900억원을 조달했다. 8월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9월엔 1200억원의 후순위채를 찍었다.
대규모 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KDB생명의 가용자본이 줄어든 이유는 당국의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IFRS17 아래서 이익을 부풀리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보험사의 미래이익(보험계약마진·CSM) 산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줬다. 작년 3분기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결과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CSM과 당기손익이 줄었다.
KDB생명도 3분기에 750억원(연결 기준)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증자로 확보한 금액을 손실로 대부분 까먹은 것이다. 더구나 만기가 돌아오는 자본성증권 규모도 컸다. 작년 5월에 2억달러(216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 행사일이 도래했으며 9월엔 2200억원의 후순위채를 중도상환했다. 적자를 거둔 것을 포함하면 KDB생명으로 들어온 규모 이상으로 돈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의 인수를 포기한 것이 다행이란 평가가 나온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 회사를 시장에 내놓자 예상을 깨고 대형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이 인수 의향을 보였다. 산업은행은 작년 8월 하나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거래가 성사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3개월 동안 고민한 끝에 KDB생명 인수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협상 테이블에서 나왔다.
KDB생명이 당분간 새 주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해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더 많은 자금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자금지원을 많이 했던 터라 추가 투입 여력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8월 증자 당시에도 산업은행은 1450억원을 보내려 했지만 실제론 1000억원을 투입하는데 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KDB생명 인수를 추진할 수 있지만 산업은행이 이를 원하진 않을 것이다”라면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당분간 KDB생명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