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치열한 접전 끝에 한 계단 내려와
렉서스 5위권 재진입···포르쉐 1만대 돌파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BMW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8년만에 벤츠를 제치고 판매 1위 브랜드 타이틀을 탈환했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BMW코리아는 전년 대비 1.5% 감소한 7만7395만대를 판매했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7만6697대(-5.3%), 아우디코리아 1만7868대(-16.5%), 볼보자동차코리아 1만7018대(17.9%), 렉서스코리아 1만3561대(78.6%) 등 순이었다.
벤츠는 지난 2022년까지 7년 연속 차지한 1위 자리를 내줬다. 두 독일차 업체는 지난해 연말까지 여러 신차에 걸쳐 많게는 수천만원 규모의 할인 혜택을 내거는 등 막판 판매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이 결과 벤츠가 전년 대비 더 큰 실적 감소폭을 보이며 2위에 머물렀다.
2022년 2만대 넘게 판매했던 아우디는 지난해 두 자릿수의 실적 감소율을 기록하며 아슬하게 3위에 올랐다. 볼보가 850대의 근소한 차이로 그 뒤를 바짝 좇았다. 볼보는 프로모션을 일절 진행하지 않지만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 차급별 모델을 원활히 출고하며 유력 독일차 브랜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렉서스가 2019년 이후 4년만에 1만대 기록을 다시 넘기며 일본 브랜드 제품 불매 운동을 완연히 극복한 모양새다. 렉서스는 올해 전용 전기차 RZ 450e, 준대형 SUV RX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해 라인업을 확장하고 기존 모델의 잠재 수요를 충족시키며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르쉐(1만1355대)가 국내 진출 37년만인 지난해 최초이자, 수입 럭셔리카 브랜드 중 유일하게 1만대 기록을 넘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전기차 타이칸의 제품군을 넓혀 럭셔리 전기차 시장을 확장시키는 한편 카이엔, 파나메라 등 인기 모델의 판매고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수입차 전체 판매실적은 전년(28만3435대) 대비 4.4% 감소한 27만1034대를 기록했다. 순위권에 드는 폭스바겐(1만247대)이 부진했고 쉐보레(5589대), 지프(4512대), 포드(3450대) 등 미국차 브랜드들이 지난해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과 전동화 모델 양산차질 등을 겪으며 주춤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윤영 KAIDA 부회장은 “지난해 수입 승용차 시장은 일부 브랜드의 물량부족 및 신차출시를 앞둔 재고소진 등으로 2022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베스트셀링카는 벤츠 E클래스(2만3642대)로 파악됐다. BMW 5시리즈, 벤츠 S클래스, 아우디 A6, 렉서스 ES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연료별 판매 비중은 가솔린차(44.1%)가 여전히 가장 컸지만 전년 대비 하락했고, 디젤차(8.2%)도 한자리수 비율을 기록하는 등 사양길에 접어든 양상이다. 하이브리드차(33.8%), 전기차(9.8%),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4.0%)가 44% 비중을 넘기며 내연기관차 비중을 넘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