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금융 압박+이자 장사 비판 여론↑
은행권 너도나도 희망퇴직금 규모 줄여
"지난해 수준의 퇴직금 지급 어려울 것"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은행권이 연말 희망퇴직금 규모를 줄이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예대마진으로 돈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등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희망퇴직금 기준을 하향 조정하며, 예년처럼 최대 5억원에 달하는 희망퇴직금을 지급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가운데 모두 예년보다 특별퇴직금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KB국민은행은 2024년부터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1968년생과 2025년 이후 임금피크제 예정인 1969년~1972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다. 특별퇴직금은 월평균임금의 23~31개월분을 지급한다. 지난해 23~35개월에서 최대치가 4개월 줄었다. 신청 대상도 작년과 같은 1972년생까지로 한정했다. 희망퇴직 신청자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은 내년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2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상반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근속 15년 이상 또는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특별퇴직금은 월평균임금의 24~31개월분이다. 연초 최대 36개월치에서 5개월 줄었다.
신한은행은 이달 부지점장·부부장급 이상 직원 중 1965년 이후 출생 직원, 근속 15년 이상 4급 이하 직원 중 1968년 출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은 출생 연도에 따라 월평균 임금 7~31개월 치를 지급할 방침이다. 지난 8월 신한은행의 특별퇴직금 규모가 월평균 임금 9~36개월인 것과 비교해 5~6개월치 퇴직금이 줄었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1968~1978년생 행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할 방침이다. 특별퇴직금은 월평균임금의 24~31개월분이다. 지난해 24~36개보다 최대 5개월 줄어든 퇴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했다. 지난해에는 만 56세 이상 직원은 28개월치, 10년 이상 근속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에겐 20~39개월 치 특별 퇴직금을 지급했다. 올해는 일반 직원은 차등 없이 최대 20개월치 위로금을 주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5대 시중은행들이 퇴직금 규모를 줄이고 있는 만큼, 타 은행들의 희망퇴직금도 줄어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최근 은행권들에 대한 '돈 잔치' 등 비판이 거셌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은행권 희망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은 5억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퇴직자의 평균 퇴직금(3억5600만원)보다 2억 원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제도는 고연령, 고연차 직원들에 대한 인력 효율화를 통 신규 채용 여력을 확대하려는 취지”라며 “은행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이어지는 만큼 작년처럼 좋은 조건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