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률 높인 연금·종신상품 출시
위험성 우려로 중소형사에선 출시 어려워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사옥 / 사진=하나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하나생명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상품을 출시하는 등 보험영업 '드라이브'를 걸면서 관심이 모인다. 다만 보험사 입장에서 위험성이 있는 상품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출혈 경쟁을 벌일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 5년 경과 환급률 106% 연금상품 선보여···‘위험성' 우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이달 초 ‘THE 든든한 연금보험’을 출시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이 상품의 특징은 보험료를 5년 납부한 직후 해약환급률 106%를 보장하는 점이다. 보험료를 5년 납부하면 장기유지보너스 6%를 제공하는 덕분이다. 고객은 5년 이후에 보험을 깨더라도 원금 이상의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연금개시 전까지의 연 3.0%의 높은 수준의 고정금리를 적용한다. 그만큼 보험료를 저렴하게 책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출시해 논란이 된 바 있는 KB라이프생명의 ‘100세 만족 연금보험’보다 고객 입장에서 더 조건이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100세 만족 연금보험은 가장 먼저 5년 환급률, 적용이율을 높여 출시했지만 이 두 항목 모두 하나생명 상품에서 제시한 수준이 더 높다. 

업계에서는 하나생명의 이 연금상품이 보험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년 경과 시점부터는 원금보다 많은 해약금을 받을 수 있기에 고객들은 보험을 깰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원금회복이 가능한 시점부터 GA 설계사들이 다른 계약으로 갈아타도록 고객을 유도할 확률도 높다. 상품 판매가 크게 늘어나면 그만큼 5년 후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는 의미다. 

더구나 해약률이 높아지면 하나생명이 입을 손실이 불어날 수 있는 점도 우려된다. 이 상품 판매로 GA 설계사들에게 지급할 수당(시책 포함)은 다른 연금상품과 비슷한 수준(월납보험료의 300%)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연금은 장기 상품이기에 총 보험료는 커 수당 액수 자체는 올해 큰 인기를 끌었던 단기납 종신보험의 규모와 비슷하다. 

판매가 많이 되면 그만큼 보험사는 사업비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하나생명은 연금 지급 전까지 연 3.0%의 높은 수준의 이율까지 적용한다. 이러한 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장기간 운용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 해지가 늘어나면 장기 운용할 수 있는 자금도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하나생명은 최근 연금보험 뿐만 아니라 종신보험 판매 드라이브도 걸었다. 하나생명은 ‘하나로 THE 연결된 종신보험’을 개정해 지난달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10년 완납 직후 30%의 장기유지보너스를 제공해 10년 납 후 해약환급률이 130%에 달하도록 한 점이 주효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단기납 종신보험 규제안을 지키면서 저축성 성격을 극대화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수당을 확대한 점도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하나금융 ‘보험사업 확대’ 전략?···경쟁 중소형사 ‘한숨’

경쟁 중소형사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온다. 하나생명의 몸집으로는 이 정도 위험성이 있는 상품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리스크가 있는 상품 판매가 늘어나면 해당 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돼 위험이 실제로 발생하면 입을 타격이 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에서 이런 파격적인 상품을 내놓으면 경쟁사들도 따라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하나생명의 행보는 모기업인 하나금융지주의 보험사업 확대 전략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은 올해 KDB생명 인수를 추진할 만큼 보험 계열사 강화를 꾀한다. KDB생명 인수를 포기한 후엔 기존 계열사인 하나생명을 우선 키우는 쪽으로 전략을 잡은 것이란 관측이다. 자금력이 금융권 최고 수준인 하나금융이 적극적인 계열사 지원 계획이 있기에 하나생명도 파격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연금상품은 이달에 출시한 것이기에 아직 상품 판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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