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 올해 목표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쳐···K9도 부진 계속
프리미엄 시장서 존재감 높이기 위해 제네시스 역할 중요
제네시스, 내연기관과 HEV·전기차 온도차 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아가 대형 세단 K9에 이어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 판매량도 부진에 빠지면서 플래그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라인업 중 최초의 플래그십 모델을 공개하면서 고급 전기차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지만, 예열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28일 기아에 따르면 올해 1~11월 K9 내수 판매는 3675대로 전년대비 38.6% 떨어졌으며, 기대를 모았던 EV9도 5364대에 그쳤다.

당초 기아는 올해 EV9 판매 목표를 내수와 수출 포함 5만대로 설정했으나 현재까지 수출 1만9214대를 더해도 총 2만4578대로 목표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V9과 K9의 경우 높은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풀옵션시 1억원대의 높은 가격이 발목을 붙잡았다. 오랜 기간 이어졌던 ‘기아=대중브랜드’라는 인식을 깨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EV9은 사전 계약 당시 일주일 만에 1만대를 넘기면서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또한 기아 측은 EV9 계약자 중 55%가 기아 브랜드를 처음 선택하는 신규고객이라고 밝히면서 흥행 기대감이 커졌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전계약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당시 긴 전기차 출고 대기기간을 감안해 미리 사전예약을 했던 고객들이 가격대에 대한 부담으로 하나 둘씩 이탈하면서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출시 직후 주행 중 동력 상실 결함이 발견돼 전량 리콜 사태가 발생한 점 등도 판매에 악영향을 미쳤다.

기아가 플래그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어깨가 무거워졌다.

아직까지 프리미엄 시장에서 기아가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제네시스가 이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제네시스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가 더 공고해져야 추후 현대차나 기아도 덩달아 브랜드 위상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 내연기관서는 질주···하이브리드·전기차는 숙제

제네시스는 당초 국내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 2020년 제네시스 첫 SUV인 GV80을 비롯해 G80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 나오면서 세단과 SUV 시장서 동시에 영향력을 넓혀갔다. 두 차량 흥행으로 제네시스는 지난 2020년 처음으로 내수에서 처음으로 10만대 벽을 돌파했으며, 2021년과 2022년 13만여대 수준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올 연말 G80과 GV80 부분변경 모델을 동시에 내놓으면서 내년까지 성장동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G80 경쟁 모델인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가 각각 지난 10월, 내년 1월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는 만큼 신형 G80 경쟁력에 따라 제네시스 국내 판매량이 결정될 전망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아울러 제네시스는 최근 수출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초기에는 내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지난 2021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해외 판매 비중이 40% 수준까지 올라갔다.

제네시스가 내연기관에선 흥행에 성공했지만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에선 아직 입지가 약하다는 점은 변수다.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벤츠, BMW를 비롯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HEV와 전기차 신차 출시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제네시스는 여전히 가솔린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경우 HEV 모델은 현재 아예 없으며, 전기차도 다른 브랜드 대비 판매량이 부진하다.

올해 1~11월 제네시스 GV60 내수 판매는 3148대, G80과 GV70 전기차 모델은 각각 1000대, 2128대에 그쳤다.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는 6276대로 같은 기간 브랜드 전체 판매(11만5873대)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경쟁 브랜드인 벤츠와 BMW보다 전기차 판매량이 떨어지며, 브랜드 내 전기차 비중으로 보면 양사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벤츠와 BM 전기차 판매는 각각 7570대, 7160대에 달해 점유율 11%, 10%를 차지했다.

제네시스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전기차 성장 둔화에 따라 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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