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당기순이익 경신 전망···금리 인하 예상 속 유가증권과 외환 관련 이익 증가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PF 대출잔액 및 연체율 증가세, 부실 현실화되면 유동성 위기 가능성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변수 부상···현재 H지수 유지 시 대규모 원금 손실 관측
실적 뿐만 아니라 금융권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 한층 짙어질 것이라는 분석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올해 4대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비슷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경영환경을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동산PF 부실 우려와 H지수 ELS 손실 사태 등이 주목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올해 당기순이익은 16조3314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5조7312억원보다 5802억원(3.69%) 증가한 규모다. 올해 사상 첫 '순이익 5조 클럽' 입성을 앞두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순익은 5조5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이다. 이어 신한금융지주가 4조6662억원으로 0.51%, 하나금융지주는 3조7045억원으로 4.28% 각각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 실적 전망도 밝은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17조295억원으로 사상 첫 순이익 1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은행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우려되지만 그 동안 은행과 증권사 실적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유가증권과 외환 관련 이익이 증가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컨센세스대로라면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잠재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계속되는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등이 수익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원 증가했다.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9%에서 올 3분기 2.42%로 1.23%포인트 상승했다. 업권별로는 증권이 13.85%로 가장 높았으며 저축은행 5.56%,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4.44%, 상호금융 4.18%, 보험 1.11%, 은행 0% 등의 순이었다. 은행을 제외한 전 업권의 연체율이 9개월 만에 최대 4%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PF 대출잔액 및 연체율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올해 대주단 협약 등으로 미뤘던 부실 사업장과 기업 정리가 내년에 현실화돼 제2금융권과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위기는 언제든 건설업계 전반과 금융권까지 번질 수 있는 실정"이라며 "부동산 PF 부실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홍콩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중 50개 우량 기업 주가를 종합해 만든 지수다. ELS는 개별 주식·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인데 손실 발생의 기준점이 되는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ELS 원금 손실 규모는 가입 상품과 만기 지수에 따라 달라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H지수가 유지되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초 1만∼1만2000포인트에 이르다가 현재는 40∼50%에 불과한 6000포인트 수준까지 추락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H지수가 고점을 찍었을 당시 ELS 상품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만기가 내년 초부터 다가오면서 대규모 손실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내년 상반기 만기액(8조4100억원)의 손실률을 지금 상황으로 예측하면 3조8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배상 기준안 마련 검토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이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2020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때처럼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게 된다면 관련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원금손실에 대한 배상에 나설 경우 은행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1차적으로 배상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향후 은행들의 펀드 판매 등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