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토레스 등 신차 효과에 GM·KGM 실적 개선
르노코리아, 신차 부재에 내수·수출 동반 부진···3사 중 최하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GM한국사업장, KG모빌리티(이하 KGM),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중견 3사는 신차 효과에 희비가 엇갈렸다.

GM의 경우 올해 초 내놓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모델이 해외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다. KGM도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토레스 신차효과가 올해까지 이어졌으며, 수출 확대에 집중하면서 국내 부진을 메웠다. 르노리아는 올해 신차 부재로 인해 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내수와 수출 모두 고전했다.

◇ GM, 트레일블레이저가 끌고 트랙스가 밀고

GM은 올해 중견 3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1~11월 GM 내수판매는 3만6541대로 전년대비 3.2% 늘었으며, 수출은 38만151대로 전년대비 무려 84.8% 증가했다. 이에 따라 GM 전체 판매량도 41만6692대로 전년대비 72.8% 늘었다. 앞서 올해 초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를 중심으로 연간 50만대 생산을 목표로 세운 바 있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목표치에 거의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GM 실적 호조는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수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트레일블레이저 수출은 19만4216대, 트랙스는 18만5887대를 기록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국내 완성차 전체 모델 중 수출 1위를 기록 중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 2020년 출시 이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GM 흑자전환을 이끈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GM은 트레일블레이저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8년 연속 적자를 끊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GM 매출은 9조102억원, 영업이익 2766억원을 기록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 / 사진=GM 한국사업장
트레일블레이저 / 사진=GM

트랙스도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북미에서 크게 선전하며 GM 실적을 견인했다. 트랙스는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의 절반 수준인 저렴한 가격대와 넓은 휠베이스, 주행성능 등을 바탕으로 고평가를 받았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가 선정한 ‘2024 베스트10 트럭&SUV’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KGM 토레스, 안방효자에서 수출효자로

KGM은 올해 내수에선 다소 부진했지만 수출에서 이를 만회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던 토레스가 올해에는 내수 대신 해외에서 판매를 늘리면서 KGM 실적을 이끌었다.

올해 1~11월 KGM 내수 판매는 5만9838대로 전년대비 5.2% 감소했다. 토레스가 출시 후 1년이 지나 신차 효과가 약화된데다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 다른 모델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모두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수출에선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1~11월 KGM 수출은 4만9982대로 전년대비 19.8% 늘었다. 수출 확대로 전체 판매는 10만9640대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KGM은 지난 2015년 주력 시장이던 러시아에서 철수한 후 해외 시장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하지만 KG그룹에 인수된 이후 곽재선 회장이 수출 확대를 주문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해외 여러 지역에서 활로를 넓혀나갔다.

토레스. / 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 사진=KG모빌리티

이에 올해 KGM은 무역의 날 행사에서 10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용원 KGM 대표는 “주력 시장인 유럽을 필두로 중남미 지역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 글로벌 시장에 대한 지역별 맞춤형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등을 통해 올해 수출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며 “앞으로도 신흥 시장 공략 확대는 물론 기존 해외 대리점과의 수출 전략 공유 등을 통해 판매를 더욱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GM은 올해 1월 브뤼셀 모터쇼에 참가해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아랍에미레이트의 ‘NGT사’와 수출 계약을 체결해 올해 7000대를 시작으로 향후 1만대 수준까지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3월에는 베트남 푸타그룹의 킴롱모터와 내년 연간 1만5000대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총 21만대 KD(반조립 제품)수출 계약을 맺었다. 지난 11월 푸타그룹과 내연기관 뿐 아니라 토레스EVX와 전기 버스 등의 베트남 시장 진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7월에는 토레스 유럽 출시 행사에 곽 회장이 참석해 대리점과 콘퍼런스를 갖고 글로벌 시장 판매 확대와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아프리카와 중동, CIS 지역을 대상으로 토레스 시승 행사를 갖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판매 확대에 나섰다.

10월에는 곽 회장이 부품협력사와 함께 중동경제사절단에 참가해 사우디아라비아 SNAM사와 부품공급망 구축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신흥시장 진출을 확대했다.

SNAM사는 지난해 1월 현지 조립공장 착공식을 가진 바 있으며, 내년부터 현지 조립 생산을 시작해 연간 3만대 수준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곽 회장은 지난 9월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2026년까지 국내 판매 12만대, 해외 10만대, KD(반조립 제품) 10만대 등을 포함해 연간 32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KGM은 올해 상반기 7년만에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 르노코리아, 부진의 늪에서 못 벗어나

GM과 KGM이 수출 확대를 통해 올해 실적이 개선된데 비해 르노코리아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1~11월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는 2만454대로 전년대비 반토막이 났고, 수출도 7만7015대로 전년대비 30.4% 줄었다.

르노 내수 판매와 수출을 책임졌던 XM3와 QM6가 모두 부진했던 영향이다. 올해 XM3 내수 판매는 8209대로 전년대비 53.9% 줄었고 수출은 6만4192대로 전년대비 32.6% 감소했다. QM6도 내수에선 1만110대(61.4%↓), 수출에선 1만2487대(15.9%↓) 등으로 판매량이 떨어졌다.

지난해 연말 출시한 XM3 하이브리드. / 사진=르노코리아
XM3 하이브리드. / 사진=르노코리아

특히 문제되는 부분은 내수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2020년 XM3 신차 효과에 힘입어 내수에서 10만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이후 판매량이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중견 3사 모두 현대차와 기아, 수입차에 밀려 내수에서 부진하나 르노코리아의 경우 그 중에서도 성적이 가장 나쁜 데다 수출 감소까지 겹쳐 상황이 암울하다.

업계 관계자는 “매달 신차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굳이 구형 모델을 찾을 이유는 없다”라며 “신차가 없으면 부진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부터 신차 계획이 예정된 만큼 분위기 반전이 예상된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오로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친환경 중형 SUV를 시작으로 신차를 꾸준히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2025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SUV 쿠페 ‘폴스타4’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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