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난 완화에 물량적체 해소···공급 확대에도 가격 인상 반영 문제없어
달러 강세에 가격 인상 더해져 수출 시장서 대박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역대급 한 해를 보냈다. 양 사 모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를 나란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은 15조3723억원, 기아는 12조113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56.5%, 67.4% 증가한 수치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차와 기아 실적 개선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억눌려왔던 수요와 신차 출시 효과가 겹치면서 내수·수출 부문에서 양적·실적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기간 이어져왔던 글로벌 반도체공급난이 올해부터 해소되면서 물량적체 현상이 풀려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반도체난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자동차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올해 반도체 공급 완화에 따른 판매량 확대가 그대로 수익으로 직결됐다. 소비자 우선 시장이었던 완성차 업계가 공급자 우선 시장으로 바뀌면서 기업 입장에선 호재로 작용했다.

◇ 1년 넘던 대기 기간 사라져

올해 현대차와 기아 신차 출고 기간을 살펴보면 작년 대비 크게 줄어든 점을 알 수 있다.

반도체 공급난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9월의 경우 대부분 신차가 1년 가까이 기다려야 차를 받아볼 수 있었으나, 올해 초부터는 대기 기간이 점차 감소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차와 기아가 영업점에 배포한 납기표를 보면 지난해 9월 현대차 아반떼는 출고까지 10개월, 투싼 13개월, 아이오닉5 12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HEV) 20개월 등을 기다려야했다. 기아는 K8 HEV 10개월, EV6와 쏘렌토, 카니발 디젤은 16개월 등이 걸렸다.

하지만 올해 1월에는 6~12개월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달 기준으로는 HEV를 제외한 대부분 차종이 3개월 이내 출고가 가능해진 상태다.

이는 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따라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공급량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공급 정상화는 곧바로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올해 1~11월 현대차 내수 판매는 69만9905대로 전년대비 13.2% 늘었고, 해외 판매는 317만42대로 전년대비 6.4% 증가했다. 전체 판매는 386만9947대로 전년대비 7.6%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 판매량은 287만2092대로 전년대비 7.7% 증가했다.

당초 반도체난이 풀리면서 공급이 늘어 다시 수급 균형이 맞춰지게 될 경우 가격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재까진 신차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크게 나타나진 않고 있는 상황이다.

◇ 가격 상승에 달러강세로 수익성 크게 늘어

공급 정상화에 이어 실질적인 차량 가격 상승도 현대차·기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대차·기아는 지난 2년간 원가 상승 및 공급난 등으로 신차 가격을 꾸준히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부분변경·완전변경 등 신차를 내놓으면서 이전 대비 200만~500만원 가까이 가격을 올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글로벌 평균판매단가(ASP)는 2만5700달러(한화 약 3338만원)로 2018년 대비 40% 상승했다. 3분기 기아 ASP는 3560만원으로 전년대비 8.4% 올랐다.

가격 상승은 신차 가격 인상 영향도 있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친환경차 등 고가 차종 판매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동안 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을 했으나, SUV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확대하며 품질과 상품성 경쟁력을 인정받아 고수익 시장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SUV 판매 비중을 54.7%로 전년대비 4.1%p 높였고, 기아는 68.7%로 전년대비 2.2%p 올렸다.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의 경우 현대차는 3분기 16만9000여대로 전년대비 33.3%늘었고, 기아는 14만9000대로 전년대비 21.2%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 / 사진=연합뉴스
완성차 수출을 준비 중인 모습. / 사진=연합뉴스

달러 강세도 수출 중심의 현대차와 기아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대비 5.9% 상승한 1276원, 2분기에는 전년대비 4.4% 상승한 1315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1311원으로 전년대비 2.0% 하락했으나 여전히 1300원대의 높은 환율을 기록하고 있어 현대차·기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따른 생산 확대와 달러강세가 겹치면서 올해 현대차와 기아는 수출 시장에서 역대급 실적을 냈다.

올해 무역의 날 행사에서 현대차는 300억불(약 38조9700억원) 수출의 탑을, 기아는 200억불(약 25조9800억원) 수출의 탑을 각각 수상했다. 해당 기간 (2022년 7월1일~2023년 6월30일) 현대차 수출 실적은 310억달러로 전년대비(239억달러) 대비 29.6%, 기아는 235억달러로 전년대비(180억달러) 30.7% 각각 증가했다.

1~10월 기준 현대차는 94만5062대를, 기아는 86만7136대를 수출했다. 이에 양사 총합 올해 200만대 수출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수출이 200만대를 넘어선 것은 2016년 이후 7년만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 수출액은 각각 242억6900만달러, 196억46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완성차 평균 수출단가는 2559만원으로 5년전과 비교해 53%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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