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공개매수 청약 마감···업계선 실패 가능성에 무게
공개매수 이후에도 성년후견 및 주총 등 2차·3차 경영권 분쟁 이어질 듯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조현식 고문이 서로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MBK파트너스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향후 그룹 경영권 분쟁이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조현식 고문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벤튜라가 추진하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는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다만 23~25일은 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개매수 청약 종료 시점은 이날 장 마감 전까지다.
업계에선 공개매수 실패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지분이 42.03%로 이미 높은 데다, 조 회장을 지지하는 조양래 명예회장이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지분율이 4.41%까지 올랐다. 여기에 조 회장 우군으로 알려진 효성첨단소재도 추가 지분을 매입하면서 0.72%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측 지분은 최소 47.16%에 달한다.
반면 조현식 고문 측은 최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추가로 합류했지만 여전히 조 회장 측에 비하면 지분율이 현저히 낮다. 조현식 고문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18.93%이며 차녀인 조희원 씨는 10.61%, 조 이사장 0.81% 등으로 30.35%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22.49%로 공개매수가 성공하려면 사실상 유통되는 지분의 90% 이상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주당 2만4000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까지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다만 공개매수 참여 주식수가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단 1주도 매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에 조 회장 우군 가능성이 높은 hy(옛 한국야쿠르트) 지분도 1.5%에 달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hy의 경우 최근 중립 의사를 밝히면서 조 회장 우군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hy가 공개매수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공개매수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장에선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1만7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진행하는 공개매수 기준가(2만4000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가만 보면 공개 매수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나, 시장에서 공개 매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변동이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 공개매수 후 경영권 분쟁 끝 아냐
조현범 회장이 현재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지만, 이번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경영권 다툼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현식 고문이 경영권에 계속 욕심을 내고 있는 데다 다른 형제들도 조 고문 편에 선 만큼 앞으로도 집안 싸움이 계속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양 측은 공개매수를 앞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 바 있다. 형제의 난이 발발한 이후 약 10일 뒤 조희경 이사장은 공개매수를 지지하며 경영권 다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조 이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분쟁을 가져온 최초 원인 제공자는 조현범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한국앤컴퍼니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입장을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은) 도덕적 불감증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고 있지 않고 관심도 없다”라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제대로 된 경영자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옳다”고 추가 입장을 냈다.
한국앤컴퍼니는 이에 반발해 “조 이사장은 2020년에 경영권을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 당한 이후 한정후견개시심판청구를 무기로 건강한 아버지를 겁박하고 있다”며 “조 명예회장과 회사는 매년 20억원 이상을 재단에 꾸준히 기부를 해왔으나, 조 이사장은 지난 5년간 재단에 금전적 도움을 준 것이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조 명예회장이 지난 2020년 입장문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수십 년간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시험해보고 일찍이 최대주주로 점 찍어 두었고, 조 회장은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회사는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맞불을 놨다.
MBK 측에 대해서도 “MBK의 공개매수 계획은 최소 수량이 매수에 응하지 않으면 단 1주도 매입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고 있어 투자자들은 매우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라며 “회사도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당연히 노력할 것이나, 사모펀드의 단기적인 이벤트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도 최근 “(MBK파트너스가) 아니면 말고식 딜에 참여해 시장 구성원들에 혼란을 미치는 일은 이제 좀 지양했으면 좋겠다”며 “사모펀드는 시장 참여자들과 신뢰와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이번 사태를 보고 기업인들이 이 브랜드를 어떻게 볼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 내년 성년후견 심판 및 주총서 갈등 재점화할 듯
회사 경영권을 두고 양측이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내년 조 명예회장 성년후견 심판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 제 2라운드가 열릴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지분을 넘길 당시 조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조 회장에게 지분을 넘긴 조 명예회장 결정이 온전한 정신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후 조 명예회장은 입장문을 직접 내며 “조 이사장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한 적이 없으며, 딸은 회사 경영보다는 가정을 꾸리는 안 사람으로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이에 비해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양측이 치열하게 법정에서 대립하면서 3년 가까이 결과가 나지 않고 있다.
만일 법원이 조 명예회장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블록딜로 넘긴 지분이 무효화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조 회장 지분이 20%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주주총회에서도 또 한 차례 표 대결이 예상된다.
조 회장이 최근 횡령·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조 고문 측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개선을 내세워 압박할 경우 소액 주주들의 표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또 ‘3%룰(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도 조 고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21년 1차 형제의 난 당시 조 회장은 압도적인 지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3%룰에 따라 감사위원 추천에서 조 고문에게 밀렸다.
당시 조 고문이 후보자로 추천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조 회장 측 인사를 누르고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선임됐다. 대주주 의결권이 최대 3%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운데 소액 주주들이 조 고문 손을 들어주면서 조 고문 측 인사가 뽑히게 된 것이다. 당시 조 회장 지분은 42.9%로 조 고문 지분(19.32%)과 차이가 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1차 지분 경쟁 때와 달라진 것은 조 회장 사법리스크가 발생한 점과 회사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양측 모두 외부 주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며 회사 실적 호조 유지와 주주 친화 정책 강화 여부가 표심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