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젠셀, NK/T세포림프종 치료제 2상 투약 완료 "2년간 경과관찰 후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
젬백스, 적응증으로 GV1001PSP 희귀의약품 신청···"희귀 의약품 등록 따른 신속심사 기대"
툴젠, 유전자교정 치료제 美 FDA 희귀의약품 지정···한미 희귀질환 치료제도 글로벌 2상 순항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국내 바이오 업계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이른 상업화를 정조준하고 있다. 희귀의약품 지정 등을 통해 조기 상업화한다는 목표다. 임상 2상 진행뿐 아니라, 임상 2상 투약이 완료된 신약후보물질 등 후기 단계에 이른 파이프라인이 복수 존재하는 만큼, 어떤 파이프라인이 상업화 신호탄을 쏠지도 주목된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젠셀의 NK/T 세포림프종 치료제 ‘VT-EBV-N', 한미약품의 단장증후군 신약후보물질 ‘HM15912’과 선천성 고인슐린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HM15136’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에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유인이다. 국내는 환자 수가 2만명 미만인 질환을 희귀질환이라고 정의하는데, 국내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보조금 지원부터 4년간의 시장독점권, 조건부 판매 허가 등의 특례를 누릴 수 있다. 

세계 각국도 희귀의약품 개발 장려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인구 20만명 이하의 유병률을 가지는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약을 ‘희귀의약품(orphan drug, ODD)’으로 지정, 여러 혜택을 주며 관리한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심사 기간이 단축된다. 또 임상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 신약 허가 심사비용 면제, 시판 후 미국 시장 7년 독점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유럽에서는 의약품 허가 등과 관련해 프로토콜 지원이나 각종 비용 공제, 국가별 세제우대, 우선심사, 출시 후 10년간 유럽 시장 독점권 부여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후발의약품의 허가신청을 10년간 금지해 해당 기간 동안 독점권을 부여하며, 우선심사와 면세 혜택 등을 제공한다. 

이에 업계에서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에서 조기 상업화를 목표로 하는 파이프라인도 임상이 순항 중이다. 먼저 바이젠셀은 NK/T 세포림프종 치료제 ‘VT-EBV-N’를 조기 상업화한다는 목표다. VT-EBV-N은 에스터인-바 바이러스(EBV) 양성 NK/T 세포림프종을 적응증으로 하는 면역항암제다. NK/T 세포림프종은 표준 치료법이 없고 2년 내 재발률이 75%에 달하는 희귀난치성 혈액암이다. 예후가 매우 좋지 않고, 서양보다 아시아에서 더 흔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바이젠셀은 2019년 10월 식약처로부터 VT-EBV-N에 대한 개발 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지난 9월 NK/T세포림프종 환자 48명을 대상으로 한 VT-EBV-N의 임상 2상 투약이 완료됐으며, 2년간의 경과 관찰을 거쳐 신속심사 지정신청과 함께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바이젠셀 관계자는 “현재 임상 2상 투약 완료 후 후속 경과를 관찰, 추적하고 있는 상태”라며 “2년간의 환자 경과를 보는 추적관찰을 거쳐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조건부 품목허가 이후 과정을 거쳐 판매가 가능한 상태가 되면, 국내 판권 관련해 MOU를 맺은 보령과 협력해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대상 국가도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날 바이젠셀은 VT-EBV-N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유럽 희귀의약품 지정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사업화 대상 국가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유럽뿐 아니라 NK/T 세포림프종 발생률이 높은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권 시장도 장기적으로는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젬백스는 지난 10월 진행성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PSP) 치료제 GV1001에 대한 희귀의약품 신청을 진행했다. PSP는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으로, 파킨슨 형태 중 가장 심각한 질환으로 꼽힌다.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현재까지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PSP의 주된 증상은 보행장애, 자세불안전성, 인지저하, 안구운동장애, 수면 장애 등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으나, 타우 단백질 손상으로 인해 뇌 신경세포에 염증이 생기는 등 알츠하이머병과 병태생리학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젬백스는 알츠하이머병을 적응증으로 개발하던 GV1001이 PSP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전임상을 진행했고, 그 결과 운동능력과 공간인지 능력 회복, 타우 단백질 손상 억제 등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효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젬백스는 지난 3월 식약처로부터 PSP를 적응증으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국내 최초로 PSP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젬백스 관계자는 GV1001에 대해 “지난 10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희귀의약품 신청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PSP를 적응증으로 하는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라며 “등록 환자 수는 총 48명이며, 현재 스크린 중인 환자는 1명”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9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2상 연장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기도 했다. 연장 임상시험계획 승인에 따라 12개월로 기한을 늘려 전체 환자에게 고용량을 투여하는 연장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기존 임상은 6개월 동안 진행된다”며 “6개월 차가 완료된 후 연장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희귀의약품으로 등록된다면 신속심사를 받을 수 있고, 조건부 허가가 이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임상 2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젬백스는 최근 PSP를 적응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GV1001의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 알츠하이머뿐 아니라 희귀질환인 PSP로도 글로벌 임상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툴젠은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제 후보물질 'TGT-001'이 미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전성 말초신경질환으로 근위축, 근력약화, 감각소실, 보행장애 및 무반사 등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증상은 다리에서 시작해 점점 위로 올라가며, 진동이나 통증, 온도를 느끼는 감각도 상실하게 된다.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은 현재 없으며, 환자에겐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한 운동과 보조기 착용 정도가 추천된다.

툴젠의 TGT-001은 유전자 교정 치료제다. 툴젠은  샤르코-마리-투스병 환자 중 40%가 'PMP22' 유전 서열이 중복돼 단백질이 과발현해서 발병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따라 크리스퍼 유전자편집 기술로 과발현된 PMP22 염기서열을 잘라내 단백질 발현량을 정상수준으로 조절하는 기전의 TGT-001로 관련 신약을 개발 중이다. 근본 원인을 교정해 샤르코-마리-투스병 완치를 목표로 한다.  

툴젠 관계자는 “현재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전략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며 “전임상 데이터를 만들며 임상 1상 시험을 준비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임상시험 상세 디자인을 수립 중이며, TGT-001의 임상시험 준비를 위해 글로벌 의약품위탁개발생산업체(CDMO)와 계약을 하려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 FDA 희귀의약품 지정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임상 단계가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지만, FDA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독점권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의미가 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임상을 하는 데 있어서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약품도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도를 차근차근 밝고 있다. 세계 최초 월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 중인 단장증후군 파이프라인 ‘HM15912’와 선천성 고인슐린증 신약 후보물질 ‘HM15136’ 모두 글로벌 임상 2상 시험단계에 있다.

HM15912은 2019년 미 FDA와 유럽 EMA, 한국 식약처로부터 각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HM15136는 2018년 미 FDA와 유럽 EM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으며, 2019년엔 국내 식약처 희귀의약품 지정도 획득했다. 특히 HM15136의 경우 2020년엔 EMA로부터 인슐린 자가면역증후군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을 받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