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신 글로벌 개별 관광객 확보 주력
김포공항 입찰, 해외 점포 부지 물색 나설 것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본격 글로벌 고객 유치에 나섰다. 면세점 업계 빅3(롯데·신라·신세계) 중 유일하게 해외 사업장이 없는 신세계면세점은 글로벌 항공사 캐세이(cathay)와 제휴에 나섰다. 경쟁사 대비 고객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별 관광객을 끌어모을 전략을 구상한 것이다. 유신열 대표는 이번 기회로 글로벌 공략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예상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9일 신세계면세점은 세계 10대 항공사 중 하나인 캐세이와 업무 협약식을 맺었다. 글로벌 항공사와의 제휴로 신세계면세점은 개별 관광객 시대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면세 업체가 글로벌 항공사와 마케팅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脫)유커, 캐세이와 아시아 시장 공략
올해 재신임에 성공한 유신열 대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다. 신세계면세점 전체 매출의 85% 이상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 업황 회복이 더디다는 점에서 중국 대체제를 찾아 나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원인과 시사점에 따르면, 올 1~9월 방한한 관광객은 월평균 14만4000명으로 사드 사태였던 2017~2019년 월평균(41만6000명)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최근 한중관계 경색으로 중국 단체관광객 입국이 지난 8월부터 재개됐고, 엔데믹 시대가 열렸음에도 면세점 업황 회복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면세점은 캐세이와 손잡고 홍콩이나 아시아 지역의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했다. 신세계면세점은 구매 금액 1000원당 1 아시아 마일즈를, 30만원 이상 구매시 250 아시아 마일즈를 추가 적립한다. 적립된 아시아 마일즈는 항공권뿐 아니라 전 세계 약 800개 파트너사의 9만 여개 사용차에서도 사용하도록 했다.
신세계면세점은 홍콩과 동남아시아에 강점이 있으면서 항공뿐 아니라 자사 마일리지 프로그램으로 여행과 웰니스 등 종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캐세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별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캐세이퍼시픽을 이용하는 고객은 약 1000만명으로, 아시아 전역에 다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캐세이퍼시픽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은 모그룹인 신세계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이고, 종합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캐세이의 색깔과도 매우 잘 맞는 기업이라 협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신세계면세점은 연간 1600만달러(약 209억원) 이상의 매출 발생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별 관광객 수도 올해 대비 내년에 30% 증가시킨다는 목표다.
유신열 대표는 “비즈니스마다 생태계를 갖고 있고, 고객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냐가 사업 성공의 핵심 포인트라고 본다”면서 “신세계는 생태계 확장, 고객 확대를 중점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캐세이와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캐세이와의 업무 협약은 신세계면세점의 글로벌 공략 성공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공략하는 주된 관광객은 미주나 유럽보다는 상대적으로 문화적으로 가까운 홍콩과 동남아 관광객들”이라고 했다.
◇유신열 대표가 그리는 신세계면세점은?
관건은 신세계면세점의 수익성이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대기업 면세 사업자 중 만년 3위에 머물러있다. 신세계면세점은 국내 사업장(명동점, 부산점, 인천국제공항점T1·T2)만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인천공항 4기 사업자로 선정돼 인천공항 면세점 2·4구역을 신규 확보하며 인천공항 최대 사업자로 올라섰다.
다만 신세계면세점은 해외 사업장이 전무해 매출은 하락세다. 신세계면세점이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에게 주던 송객수수료를 낮춰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뚜렷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4324억원, 영업이익은 778억원으로 기록됐다.
일단 신세계면세점은 그간 해왔던 국내 사업장을 키우는 동시에 해외 점포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사업장은 젊은 고객 수요층을 확보하기 위해 브랜드를 확보하고, 해외 점포는 부지 확보를 물색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개별 관광객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캐나다구스부터 면세점 최초로 가방 브랜드 BALL&CHAIN을 들여왔다. 이 외에도 마르헨제이, 아카이브 애크, 안다르, 스페이스 오브 BTS 등 현재 주목받는 브랜드들은 모두 입점했으며 뷰티 브랜드는 명품 대신 탬버린즈를 필두로 라쥬란, 마녀공장, 라타플랑, 어뮤즈 등 4세대 K뷰티를 대거 들였다.
여기에 신세계면세점은 내년 4월 만료되는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주류·담배 부문 신규 사업자 입찰 참여 여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에서 중국 관광객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신세계면세점이 글로벌 항공사와 제휴를 맺으면서 수익성 확보에 한창인 만큼 해외 시장 개척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인천공항 4기 면세점 사업이 내년 안정화되면 비축된 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검토할 것”이라며 “중국이나 동남아부터 시작해 넓혀가는 것으로 현재 여러 지역들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