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동남아 공장 속속 폐쇄, 업황 변화 대응 목적
한국·금호·넥센 3사는 생산능력 확대 집중···고부가창출·효율개선도 추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해외 유력 타이어 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각국의 공장 문을 닫는 가운데 국내 타이어 3사도 투자방향에 고심 중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쉐린, 브리지스톤, 굿이어 등 매출 기준 최상위권 타이어 제조사들은 사업 효율 등을 고려해 최근 일부 공장 폐쇄를 단행했다.
미쉐린은 오는 2025년까지 독일의 카를스루에, 트리어 두 지역에서 가동 중이던 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중단할 계획이다. 이 중 카를스루에 공장은 90년 넘게 운영하며 경트럭 타이어 등 제품을 백만여개씩 생산하던 곳이어서 지역 경제에 끼친 여파가 작지 않은 상황이다. 미쉐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현지 에너지 가격 부담이 커지고, 아시아 업체들의 저가형 타이어 공세에 이윤 확보가 어려워졌다.
마리아 뢰트거 미쉐린 북유럽 권역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신문을 통해 “미쉐린은 수입 저가형 타이어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며 “수요 감소로 인해 생산 현장의 활용도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생산 비용에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졌다”고 밝혔다.
미쉐린은 앞서 지난 10월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60여년째 운영하던 승용차용 타이어 생산공장도 닫았다. 마찬가지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편 소형 트럭, 크로스오버, 전기차 등 주력 차종의 수요가 커진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굿이어도 과잉생산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독일 브란덴부르크, 헤세 등지의 공장 두 곳을 닫기로 했다. 브리지스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태국 랑싯(Ransit)에 위치한 공장의 승용·상용차용 타이어 생산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2026년 하반기 이후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내로라하는 타이어 업체들이 변화하는 업황 속에서 글로벌 생산 능력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매체 브뤼셀시그널은 “유럽 타이어 업체들은 값싼 아시아산 타이어의 유입에 대응해 제품 품질을 개선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위축으로 인해 수익을 잃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3사는 생산능력 확대에 방점
해외 주요 타이어 업체들의 잇단 공장 폐쇄 결정은 국내 타이어 3사에게도 시사점을 던진다는 분석이다. 각 사가 변화하는 업황 속에서 최근 공장 노후화, 공장 증설 뿐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품 개발 등 분야별 최적의 투자 계획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2조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내년 가동 50주년을 맞는 광주공장의 이전 문제를 풀어가는 동시에 내년 베트남 공장 생산 확대, 2026년 미국 물류센터 구축 등을 계획 중이다.
유럽 공략에 힘 주는 넥센타이어는 체코 공장의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올해의 2배인 1100만대로 늘리고 양산, 창녕 등 국내 두 지역의 공장 생산량도 150만개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미국, 이탈리아에 물류창고를 운영해 물류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3사는 최근 완성차 업체 대상 신차용(OE) 타이어 공급 실적 확대와 글로벌 신차 수요 확대 전망 등을 고려해 생산능력을 양적으로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해외 공장 가동률이 지난 3분기말 기준 100%를 초과한 점에서도 추가 생산의 명분을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마진확대 압박은 공통과제···고부가제품·비용경쟁력 강화로 대응
3사는 생산의 양적 확대 뿐 아니라, 제품 경쟁력 강화를 통한 부가가치 증대에 대한 시장 압박에 대응하는 중이다. 통상 18인치 이상의 고(高)인치 타이어를 비롯해 전기차용 타이어, 겨울용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타이어 제조사의 수익성 개선 관건으로 지목된다.
각 타이어는 시장 규제에 부합한 품질을 확보하거나 차량 성능을 뒷받침하며 고객사,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으면 제조사 수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3사가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고,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율을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최근 3사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점은 이 같은 분야별 투자 전략에 힘 싣는 부분이다. 3사의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한국타이어 12.5%, 금호타이어 8.0%, 넥센타이어 6.2% 등으로 집계됐다. 적자(넥센타이어)였거나 0%(금호타이어)였던 전년동기 대비 크게 개선됐다. 신차 수요가 회복되고 전기차 판매량이 느는 동시에 원자재값, 물류비는 하락하는 등 우호적 여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두자릿수 영업이익률 유지 미지수···업계 “기본기 투자가 답”
다만 원자재값이 꿈틀거리고, 타이어 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우호적 여건이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최근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도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을 위한 올해 투자액을 당초(1조원)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며 방어적인 태세를 보이고 있다. 넥센타이어도 수익성 개선의 충분조건으로 꼽히는 판가 인상이 단가 상승의 한계 때문에 제한될 것으로 보고 가격, 물류 전략을 통한 수익 확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달 실시한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경기 둔화,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수요가 축소되며 필요시 (고객사가 제품을) 공급받는 경향이 강화 중”이라며 ”내년 증설 물량을 유지하는 동시에 판가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수익 증대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각 사는 전기차용, 고인치, 시즌별 타이어의 판매 비율을 높여 영업 마진을 개선하는 동시에 물류·생산효율을 높이는 등 기본기를 다지는 쪽으로 투자 방향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3사가 마진을 좌우하는 변수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기업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타이어 3사는 올해 작은 외형 성장에도 원재료비, 물류비 하락으로 이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며 “판가, 원가 유동성(스프레드)을 고려할 때 내년 1분기까지 올해 수준의 마진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후 외형 성장과 판가 유지가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