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둘러싼 분쟁 늘어날수록 건설사업관리자(CM) 필요성 부각돼
한남4구역 이어 한남2구역도 내년 상반기 CM 선정 계획 밝혀

무영이 이달 초 분당신도시 재건축 현장설명회에서
무영이 이달 초 분당신도시 재건축 현장설명회에서 자사가 계약해 공사비를 절감한 성공사례를 소개하는 모습.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에서 건설사업관리자(CM, construction management)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공사비를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가 이견을 보여 사업이 멈추는 경우가 다반사여서다. 조합장은 시공 과정 중 숱한 설계변경을 하면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시공사에 타당한 근거와 논리를 갖고 맞서야 하는데 전문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때 CM에 용역을 맡기면 CM사는 건설현장 20년 안팎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을 현장으로 보낸다. 조합으로선 시공사에 대적할 내 편을 만드는 셈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9일 CM업체로 한미글로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미글로벌은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75표로 과반 이상 득표해 2위 무영씨엠(24표) 대비 압도적 표차로 선정됐다. 한남4구역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CM업체를 통해 공기 리스크, 공사비 등을 검토하는 차원”이라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CM이란 조합을 대행하는 전반적인 사업관리로 각종 행정 및 발주처, 시공사, 설계업체 등 협력사를 총괄 관리한다. 특히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과 공사기간 지연, 부실공사 위험 등 리스크 관리와 함께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최적의 마감재 및 트렌드에 맞는 평면 개선 등 입주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작업도 수행한다. 현장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시공기간인 2~3년간 20억~30억원 정도에 계약을 체결한다. 실제 한남4구역도 CM 용역비로 19억2000만원을 쓰기로 했다. 조합 입장에서는 한달에 2000만~3000만원 가량을 주며 공사비 수백억원을 절감하는 게 목표다.

한남4구역이 CM을 선정하자 이달 초 대우건설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한남2구역 조합도 CM 도입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남2구역 조합은 하루 전 “내년 상반기에 직면할 조합원 분양신청과 관리처분은 행정적 절차여서 관계없지만 하반기부터는 대우건설과 설계 적정성, 공사비 적정성, 경제성 문제를 두고 논의하기 때문에 옆 사업장처럼 우리도 내년 3~4월부터 CM 업체 선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근래 들어 공사비 인상을 두고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많아지자, CM 업체들도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해진 모습이다. 1기신도시 특별법 통과를 일주일여 앞둔 이달 2일 성남시청 1층에서는 분당재건축 신속 추진을 위한 설명회가 열렸다. 무영은 여기에 KB금융그룹, 삼성물산과 참여해 CM도입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무영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외부 공인 공사비 검증기관의 경우 업무한계로 무용지물이라며 “GS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에서 994억원을 절감했고, 마찬가지로 GS건설이 시공한 서울 강남구 개포4단지(개포자이프레지던스)에서도 348억원을 절감했다”고 시공사에 대적해 사업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한 현장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신반포21차에서는 공사비 76억원을 줄였고, 잠실 미성크로바(시공사 롯데건설)에서도 업무 수행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이렇게 줄인 공사비를 조경, 커뮤니티 등에 시공단계 향상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해 CM을 도입하는 건설사업장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815건이던 CM도입 현장이 2021년 1153건, 2022년 1159건으로 급증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시장이 커지고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수록 CM 업체의 필요성도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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