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회 미국혈액학회(ASH2023) 성료…국내 기업 다수 참가
한미·보령·파로스아이 바이오 등 임상 결과는?···업계 관심↑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글로벌 최대 규모의 혈액 학회인 ‘미국혈액학회(ASH) 2023’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국내 기업들은 ASH2023에서 각사의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희귀 혈액암 분야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며 업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혈액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적인 학회인 ASH2023이 이달 9~12일(현지시간) 열렸다. 국내 여러 기업들은 이번 학회에 참여해 연구 성과를 발표한 가운데 희귀 혈액 질환의 미충족수요 개선 가능성에 주목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번 ASH2023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올해는 3만2000여명의 참석자가 등록했다. 5000~6000명은 온라인으로 참석해 역대 최다 등록자 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 보령, 앱클론, 파로스아이바이오, 피노바이오가 ASH2023에 참석해 업계의 기대감을 키웠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올해 미국 혈액학회에서 발표한 국내 기업./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기업들은 ASH2023에서 구두뿐만 아니라 포스터 발표를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먼저 임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한미약품은 구연 발표를 통해 급성골수성백혈병(AML, acute myeloid leukemia) 치료제 ‘투스페티닙(Tuspetinib, 이하 TUS )’의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TUS 단독 요법과 기존 백혈병 치료제인 베네토클락스 병용 요법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했다. 베네토클락스는 2018년 FDA의 신속승인을 받은 AML 1차 치료제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68명 환자 대상의 80mg-160mg TUS 단일요법에서 베네토클락스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29%(28명 중 8명)에서 완전관해(CRc)가 나타났다. 여러 환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토대로 조혈모 세포 이식(HSCT) 치료도 진행했다. 한미약품은 향후 진행될 TUS 2상 권장 용량으로 80mg을 결정했다. TUS와 베네토클락스 병용요법은 총 49명의 환자가 투약 받았다. 병용요법에서는 베네토클락스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와 베네토클락스 재발·불응성 AML 환자 모두에서 25%(36명 중 9명)의 완전관해율이 나타났다.

보령은 항암신약물질 ‘BR101801(프로젝트명 BR2002)’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BR101801은 말초 T세포 림프종(Peripheral T-Cell Lymphoma, PTCL) 치료제로 개발중인 PI3K γ/δ ·DNA-PK 삼중저해제다. 보령에 따르면 최근 완료된 임상 1b에서는 완전관해(CR) 2명, 부분관해(PR) 1명이 확인됐다. 지난 2021년 완료된 임상 1a상 결과(CR 1명, PR 2명)를 포함해 총 6명에게서 효능이 관찰됐다.

바이오벤처 중에서는 파로스아이바이오가 AML 신약 개발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회사는 이번 ASH2023에서 AML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 ‘PHI-101’에 대한 임상 1a·b상 결과를 공개했다. 회사의 PHI-101 임상 1b상은 확장 권장 용량인 160㎎ 단일요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평가가 가능한 환자 중에선 60%가 종합 완전관해를 보였다.

피노바이오와 앱클론은 각각 비임상, 기초연구 단계에서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피노바이오는 표적항암제 ‘NTX-301’를 AML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NTX-301은 DNMT1 저해제다. 혈액암 중 AML과 MDS(골수이형성증후군)을 적응증으로 한다. 고형암 중에서는 난소암과 방광암을 타깃해 개발 중이다. 피노바이오는 NTX-301에 대해 미국에서 혈액암 대상으로 임상 1a상, 고형암 대상의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앱클론은 ASH2023에서 신규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 치료제 파이프라인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해당 물질은 암에 대한 면역 저항의 원인인 B·T 림프구 감쇠(BTLA) 단백질과 암 단백질인 CD30를 동시에 타깃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시장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혈액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70조원에 이른다.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 약물 진입으로 2028년에는 약 10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8%로 추산된다.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혈액암 타깃의 신약 개발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희귀 혈액암 치료법은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국내외 전반으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혈액암, 특히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과 같은 혈액 질환은 노년층에서 많이 발병되는 특징이 있다”며 “전 세계 인구 고령화에 따른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시장 파이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혈액암 분야의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을 필두로 치료제 개발도 늘어나고 있는데 임상 시험 과정이 복잡하고 제조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것이 당장의 현실”이라며 “또 기존 치료제들의 부작용 사례가 다수 보고되면서 이를 개선하고 장기 독성을 줄이는 방식의 신약 개발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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