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유럽·동남아 노선 대상···“가격 수시 변동돼 안내하기 애매”
확인 결과 기존 대비 두 자릿수 할인율···“물가 안정 취지”
코로나19 탓에 쌓인 이연수익 털어낼 목적 분석도

대한항공의 보잉 737-8. /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의 보잉 737-8. / 사진=대한항공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대한항공이 물가 안정 취지로 일정 기간 국제선 항공권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지만 할인 규모를 제시하지 않아 혜택 차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현재 대한항공은 내년 1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국내 출발하는 미주, 구주(유럽), 동남아 노선의 모든 항공권을 대상으로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타사와 공동운항(코드쉐어)하는 노선을 제외하고 대한항공 여객기로 이동 가능한 노선이 이번 프로모션 대상이다.

대한항공의 이번 프로모션은 이례적인 형식을 갖췄다. 대한항공은 올해 들어 제휴업체의 카드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등 일정 조건을 만족한 고객에게 항공권 할인 혜택을 부여했다. 반면, 이번 프로모션은 할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 고객이 충족해야 할 조건이 없다.

대한항공이 지난 8~9월 실시한 국내선 프로모션의 안내 이미지. 항공권 가격 할인율을 명시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지난 8~9월 실시한 국내선 프로모션의 안내 이미지. 항공권 가격 할인율을 명시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할인정보 없지만···대한항공 “예년보다 큰 폭 인하”

대한항공의 이번 프로모션이 기존 프로모션과 또 다른 부분은, 고객에게 주어지는 할인 혜택이 명시되지 않은 점이다. 대한항공은 공지사항이나 이벤트 페이지, 항공권 구매 절차에서 이번 프로모션에 관한 정보를 안내하지 않고 있다.

통상 국적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할 때 공지사항이나 온라인 쿠폰 등을 통해 할인율, 할인 적용 운임총액 등을 알린다. 항공사가 프로모션 정보를 세부 안내하면 고객이 할인 혜택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항공사가 이를 투명하게 안내하지 않으면, 수시로 변동되는 항공권 가격이 자칫 ‘부르는 대로’ 매겨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프로모션을 통한 할인 혜택의 규모나 노선별 최저 판매가를 알려주는 게 일반적인데, 대한항공의 이번 프로모션은 의아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객들이 티켓 가격비교 전문 사이트 등을 통해 손쉽게 항공사별 판매가를 손쉽게 비교할 수 있어 대한항공의 제한적인 정보 제공을 문제삼을 것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들에게 항공사의 정보 제공 여부보다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을 매기느냐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항공권 가격이 수시로 변동되는 까닭에 세부적인 프로모션 정보를 안내하지 않기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점별로 다양한 폭의 할인이 적용돼다 보니 할인율이나 할인폭까지 공개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예년의 겨울 성수기에 비해 크게 저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9일, 16일 기준으로 책정된 대한항공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의 운임이 화면에 표시돼 있다. 프로모션 기간인 16일 책정된 운임(137만4200원)이 행사 전 가격(152만4200원)보다 저렴하다. / 사진=대한항공 앱 캡쳐
내년 1월 9일, 16일 기준으로 책정된 대한항공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의 운임이 화면에 표시돼 있다. 프로모션 기간인 16일 책정된 운임(137만4200원)이 행사 전 가격(152만4200원)보다 저렴하다. / 사진=대한항공 앱 캡쳐

◇인천-미국 티켓값 15% 넘게 할인

고객들이 할인폭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의 공식 앱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해 프로모션 기간 전후 티켓값을 비교해봐야 한다. 실제 프로모션 기간 전후의 노선별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이날 기준 두 자릿수 비율의 프로모션 할인이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프로모션 기간인 내년 1월 16일 인천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는 노선의 편도 운임총액(이하 왕복 구매 기준)은 성인 1명 일반석 기준 최저 137만4200원이다. 프로모션 적용 전 시점인 같은 달 9일 162만4200원보다 15.4% 저렴한 액수다. 같은 일정을 기준으로 인천에서 체코 프라하로 가는 노선의 최저가는 9일 145만6600원에서 16일 103만1600원으로 29.2%나 낮다.

마일리지로 좌석 예매를 원하는 승객도 프로모션 적용 전과 비교해 적은 마일리지를 사용해 항공권 구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6일 인천에서 도쿄 나리타로 이동하는 노선의 일반석 마일리지 소비량은 1만5000마일로, 9일 2만2500마일보다 적다. 추가 지불해야 하는 나머지 운임 6만7200원은 동일하다.

국제선 국내 출발 여객 수 및 전월대비 증감폭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제선 여객 증가세 둔화

한편 대한항공이 이번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한 배경에는 최근 국제선 여객의 증가세가 둔화한 점이 담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출발하는 국제선 여객 수는 지난달 318만7714명으로 전년동월(125만4542명) 대비 2.5배 넘게 늘었다. 다만 여객수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하반기 일부 비수기를 제외하고 두 자릿수를 보인데 비해, 올해는 일부 기간에 감소폭을 보이는 등 주춤했다.

이는 최근 유가가 하락세에 접어들어 항공권을 구성하는 비용 중 하나인 유류할증료가 인하했음에도, 고물가 기조 때문에 티켓 구매 부담이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항공의 여객 1인당 국제선 평균 운임가는 지난 3분기말 기준 63만6934원으로 올해 들어 점진적으로 증가해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엔데믹 후 (여객좌석 공급이 늘었지만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항공권 가격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고 체감하지 않는다”며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혜택이 늘지 않았다는) 기분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이연수익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대한항공 부채 ‘이연수익’ 역대최고···항공권 판매로 매출실현

대한항공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이연수익도 털어내야 할 요소다. 이연수익은 항공권 구매, 제휴 신용카드 사용 등을 통해 고객들이 적립한 항공 마일리지를 금전 가치로 환산한 항목이다. 대한항공 이연수익은 지난 3분기말 기준 2조7425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이에 상응하는 가치의 이연수익이 해당 시점에 대한항공의 매출액으로 합산되지만, 사용 전까지는 대한항공의 부채로 인식된다. 2007년 이후 고객들이 적립한 마일리지는 10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해당 기간 동안 고스란히 대한항공 부채로 재무제표에 잡힌다. 대한항공의 막대한 이연수익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항공 해외여행길이 막혀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이 위축된 결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현재 브랜드 전용 상품(굿즈), 타사 제휴 상품 등을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의 마일리지 사용처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항공권 구입이 마일리지를 한번에 큰 규모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이 프로모션으로 항공권 구매를 유도하며 마일리지 사용을 독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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