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2040년까지 글로벌 1위 조선소 목표
HD현대, STX중공업 인수·특수선 기술투자로 대응
1라운드 앞선 한화···3兆 폴란드 수주전 결과에 관심 집중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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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재계에서 ‘라이벌’로 통하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1983년생)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1982년생)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두 젊은 오너를 중심으로 양 사는 ‘조선업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수주전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한화오션은 출범 직후인 올해 8월 2조원대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HD현대를 겨냥한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영업이익 5조원 달성 목표를 밝힌 것이다. 매출 30조원은 글로벌 1위 조선소의 실적에 육박하는 것으로, 한화오션의 지난해 매출이 4조8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20여년 안에 6배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1위 조선소는 HD현대의 조선 사업부문이다. 한화오션이 한화 편입을 계기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로 추격에 나서자, STX중공업을 인수하며 맞불을 놨다.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선박용 디젤 엔진과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부문에서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가 대형 엔진에 강점을 가진 만큼, 전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 및 점유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인수를 주도한 것처럼 HD현대의 STX중공업 역시 정기선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나섰다. 그의 승진으로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 등은 올해까지 근무 후 퇴진한다.

HD현대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며 조선 사업을 진두지휘한 전문 경영인들이 물러남에 따라, 이들의 공백을 정기선 부회장이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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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한화오션 인수를 주도한 만큼 해당 분야에서 ‘실적’을 보여야 김승연 한화 회장의 후계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의 최대 경영성과로 평가 받는 태양광이 업황 부진으로 충남 음성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선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은 둘 다 겸손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며 “신사업 진출이나 투자 전략을 세울 때 임직원과 오랜 시간 준비하고 실행에 나서고 있다. 젊은 오너들이 한정된 발주 물량을 따내야 하는 조선업에서 경쟁을 시작한 만큼 서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주전에 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첫 번째 수주전은 한화 측이 승리했다. 방위사업청이 올해 중순 발주한 8300억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3 호위함 5·6번함’ 입찰에선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의 경쟁은 3조원대 폴란드 잠수함 수주로 이어졌다. 폴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3000톤(t)급 잠수함 프로젝트 사업 입찰에 HD현대와 한화오션 모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 시절부터 잠수함 20여척 이상 건조한 경험치를 바탕으로 수주전에서 이길 것으로 자신하는 입장이다.

반면, HD현대는 특수선(잠수함·수상함) 분야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국내 최초로 잠수함용 리튬 배터리 전원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이 분야에서 2조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만큼, 방위사업청 호위함 경쟁의 패배를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면서 많은 국가들이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라며 “HD현대와 한화오션의 폴란드 잠수함 경쟁은 세계 특수선 물량 수주전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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