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공정한 기회·충분한 평가 시간' 강조
롱리스트도 안나와···2020년과 대조적
외부후보 '소흘' DGB, 평가에 많은 시간 들일듯

대구 옥산로 DGB금융지주 사옥 / 사진=DG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대폭 뜯어고치라고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DGB금융은 그간 외부 후보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기에 그만큼 후보자 평가에 많은 시간을 들일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이 돼야 최종후보자가 선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내 8개 은행계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내놓았다. 핵심은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를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후보에 대한 공정한 기회를 줘야하며,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면 중요 사항을 문서화하고 후보군에 대해 긴 시간 동안 면밀한 평가를 진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당장 차기 회장을 선임해야 하는 DGB금융은 고민이 큰 분위기다. 당국이 모범관행을 마련한 이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그룹 수장을 뽑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금융당국이 ‘본보기’로 높은 수준의 패널티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은 향후 보험 관행을 얼마나 충실히 따랐는지 살펴보고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DGB금융은 차기 회장 최종후보를 선정하기까지 시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은 구체적으로 회장의 임기만료까지 최소 3개월 전에 금융지주 이사회가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최종후보군(솟리스트) 선정을 앞당겨 선정해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숏리스트를 정하고 1주일 후 면접을 한 번 진행한 것으로 최종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DGB금융의 이번 회장 선출 일정은 전과 비교해서 이미 늘어진 상황이다. 3년 전인 지난 2020년 김태오 현 회장이 이사회로부터 추가 임기를 부여받을 시점은 그 해 12월 10일이었다. 반면 올해는 이미 12월 10일을 넘겼음에도 아직 1차 후보군(롱리스트)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금융당국의 권고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내부출신 인물로는 황병우 대구은행장, 외부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일단 DGB금융은 경영승계 절차 개시 시점 자체는 금융당국이 문제 삼을 순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DGB 이사회는 내부규범에 따라 회장의 임기 종료 6개월 전인 지난 9월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당국이 최소 3개월 전을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출발은 괜찮은 셈이다. DGB금융은 이달 말까지 롱리스트를 정하고 내년 1월 말~2월 초에 숏리스트를 추릴 계획이다. 

그런데 DGB금융의 계획대로 늦어도 2월 초에 숏리스트를 정한다면 최종 후보자 선정은 3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만약 3월에 선임이 되면 차기 회장은 그만큼 업무 인수인계와 주주들에게 소개할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당국은 숏리스트에 들어간 인물에 대한 평가를 중요시하고 있다. 물론 2월 초에 숏리스트를 추리고 약 한 달 정도 평가기간을 가진 후 3월이 되기 전에 결정을 할수 있긴 하다.

그러나 DGB금융이 지난해까지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내부출신 인물로만 가동한 점이 문제다. DGB금융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와 관련해 외부 인물 없이 내부 인물 2명만 기본 후보군으로 선정해 관리했다. 

숏리스트에 속한 외부 출신 인물에 대한 평가를 더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모범관행에서 국내 은행권이 지향해야 할 사례로 글로벌 기업을 꼽았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영 승계 1~2년 전에 유력 후보를 선별해 역량개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성과·다면평가(360° 평가), 임원 면접, 이사회 면접 등으로 최종 선임한다는 것이다. 외부 후보자에 대해서 특별히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은 DGB 입장에선 숏리스트 평가 기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은 외부 후보자에 대한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DGB는 이번에 회장을 선출하는 바람에 부담이 커졌다"라며 "이번 선임 절차를 다른 금융지주들이 참고할 수도 있기에 DGB는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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