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절 주택토지실장···완화·부양책 적극 추진
정부가 규제 지역 남겨놓자···“찔끔 말고 다 풀어야”
오피스텔, 주택수 제외·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확대 기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박상우 전 LH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자 시장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 후보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던 이명박 정부 시절 주택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규제 완화와 부양책을 적극 추진한 인물이다. 이번에도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전방위적인 손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B 시절 강남3구 규제지역 해제···취득세·양도세 감면 추진

11일 국토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주택·토지정책에서 손꼽히는 국토부 정통 관료 출신이다. 현직 시절 주택정책과장, 국토정책국장, 주택토지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실무와 요직을 두루 거친 부동산 정책라인의 전문가이면서 부처 내부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부 내부 출신 장관은 권도엽 장관(2011~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그동안 국토부 수장은 정치인, 교수, 재정기획부 출신 등 외부 출신 8명이 장관으로 연속 임명돼 왔다.

시장에서 박 후보자를 주목하는 건 과거 그가 보여준 정책 방향성 때문이다. 박 후보자는 2010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으로 일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 쌓이고 거래가 끊기는 등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던 시기였다. 2012년 미분양 가구는 7만여가구에 달했고 수도권은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분양 가구가 3만가구를 넘어섰다. 아파트 거래량도 2012년 1분기(1~3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서울에선 40.2%, 전국적으론 26.8% 줄었다. 집값 하락으로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못 내주는 깡통주택·역전세 문제가 처음 등장하기도 했다. 지금과 시장 상황이 거의 비슷했던 셈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 후보자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11년 12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대한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한 데 이어 2012년 5월 투기지역까지 풀었다. 이어 취득세 50% 감면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추진하며 부동산 규제 풀기에 앞장섰다. 재건축 초과이익분담금 유예도 박 후보자가 주택토지실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나온 정책이다. 당시 부동산 시장 거품을 키운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침체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규제지역 4곳 해제 관심···“남은 규제 찔금이 아니라 싹 다 풀어야”

시장에선 추가 규제 완화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강조했지만 상당수는 국회에 막혀 흐지부지된 상태다. 규제지역 내 취득세 중과 배제나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세금 규제는 현재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4곳만 적용된다. 이 때문에 박 후보자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마지막 남은 규제지역 4곳을 해제할지 관심이 쏠린다.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정책에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 후보자는 정부가 지난해 말 서울 전지역을 비롯한 경기 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하남 등 5곳을 남겨놓자 모두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과거 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겨울이 오는데 반소매 옷만 입고 버틸순 없다”며 “지금 남아있는 규제는 찔끔찔끔이 아니라 싹 다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내 캐비닛에는 시장 상황별 시장규제 완화책 포트폴리오가 쌓여 있는데 갖고만 있으면 소용없다”며 “시기를 놓치기 전에 정부가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할 것”···오피스텔, 주택수 제외 기대감

박 후보자는 첫 행보로 비(非)아파트 중심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지난 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는 자리에서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도심에서 소규모로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오랫동안 갖고 있던 아파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난 30∼40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은 아파트 중심으로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공통적인 정서가 있는데, 사실 집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면 된다”고 했다. 이어 "도심에서 소규모로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빠른 시간 내 공급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볼 것이다“고 덧붙였다.

/ 그래픽=시사저널e
/ 그래픽=시사저널e

비아파트는 아파트를 제외한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빌라, 단독주택 등을 말한다. 비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고금리와 주택시장 부진으로 거래가 급감하는 등 고사 직전에 처해있다. 빌라는 전세사기 여파로 매매가 하락에 전세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고, 오피스텔은 주택 수 포함으로 공급이 중단에 이르렀다. 생활형숙박시설은 불법주거에 대한 처벌로 사업 중단위기다.

오피스텔 시장에선 ‘주거용 오피스텔 주택수 제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2020년 8월 지방세법 개정으로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 포함되면서 오피스텔 매입 수요와 공급은 급격하게 줄고 있다. 국토부 건축행정시스템인 세움터에 따르면 오피스텔 인허가 물량은 2020년 9만6200가구에 달했지만 매년 수치가 쪼그라들어 올해 오피스텔 인허가 건수는 9월까지 1만2800가구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67.1%가 감소한 수치다.

◇빌라 역전세난 우려 여전···전세보증보험 가입한도 확대 가능성도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 확대’가 거론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 5월 1일부터 연립·다세대 주택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26%로 제한했다. 종전에는 공시가의 150%까지 가능했지만 임차인 전세보증금 보호 등을 위해 126%로 낮춘 것이다. 현재 빌라 전세시장에선 전세보증 기준인 ‘공시가×126%’가 시장가격으로 굳어진 상태다.

가령 공시가격 2억원인 연립주택은 원래 3억원까지 보증해줬는데 지난 5월부터 2억52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 5000만원을 낮춰 계약할 수밖에 없다.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으로 보증보험이 가입 안 된 매물은 거래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집주인은 새 세입자를 어렵게 구해도 기존 세입자를 내보낼 목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내년엔 빌라를 중심으로 역전세난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을 동결한다고 밝히면서다. 현재 추이를 고려하면 내년 빌라 공시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10월 전국 및 서울 빌라 매매가는 2.14% 하락했다. 시세 하락을 고려할 때 빌라의 2024년 공시가는 올해보다 하락폭이 제법 클 전망이다. 역전세난 확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세사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빌라와 오피스텔에 대한 큰 불신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박 후보자가 비아파트를 통한 공급 활성화를 시사한 만큼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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