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1053개 기업 대상으로 설문
내년 1월 27일 그대로 법 적용 시 현장 혼란 불가피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 10곳 중 9곳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이 여전히 준비되지 않았고, 그 중 상당수는 법적용 예정 기간(2024년 1월 27일) 내 준수 완료가 어렵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내년 법적용 유예없이 해당 법이 그대로 시행되게 될 경우 소규모 사업장에서 적지 않은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상시근로자 50인(건설공사 50억)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처법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4%가 현재도 법 적용을 준비 중이고 이 중 87%는 남은 기간 내 의무 준수 완료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업 2곳 중 1곳은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없었고 담당자가 있다고 한 기업 중 57%는 ‘사업주 또는 현장소장’이 안전 업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기업은 안전관리자 등을 선임할 의무가 없을 뿐더러 인건비 부담 및 인력난 등으로 전문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업주가 직접 안전 업무까지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경총은 설명했다.
중처법 의무 준수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선 ‘전문인력이 없어서(41%)’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의무 내용이 너무 많아서(23%)’가 뒤를 이었다. 특히 중처법 의무 중 준비가 가장 어려운 항목으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29%)’,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위험성평가) 마련(27%)’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경총은 “이러한 결과는 현행 중처법이 기업규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제정돼 대기업도 애로를 겪었던 수많은 매뉴얼과 절차서 작성 의무를 소규모 기업도 동일하게 적용하여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기업들도 중처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많은 혼선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응답 기업 중 82%는 정부(고용부, 안전공단)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인 미만 기업들은 중처법 의무 준수와 관련하여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항으로 ‘현장 특성에 적합한 매뉴얼·가이드 보급(33%)’, ‘전문 인력 지원(32%)’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서류 준비 등 형식적인 것보다 현장 안전관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소규모 기업의 준비 실태를 고려했을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추가 유예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영세 기업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지원 방안 등 종합 대책 마련과 함께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의무내용과 처벌수준을 합리화하는 중처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여야는 2024년 1월 27일인 50인 미만 중처법 유예기간을 놓고 맞서고 았다.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을 2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사과와 안전계획 수립, 중기협동조합법 통과 등이 동반돼야 유예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