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벨 테라퓨틱스, 조현병 파이프라인 '엠라클리딘' 보유임상 2상 진행 중
"애브비, 세레벨 인수로 신경과학·정신건강의학과 질환 포트폴리오 고도화"
특허만료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등장에 매출 감소 전망···새 먹거리 발굴 시도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애브비가 신경계 질환 전문 기업 ‘세레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를 인수한다. 조현병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세레벨 인수로 애브비는 신경계 질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전망이다.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 특허 만료에 따라 애브비가 새로 유망한 약물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브비는 7일(현지시간) 세레벨을 87억달러(약 11조원) 규모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세레벨의 발행 주식 전부를 주당 현금 45달러, 총 지분가치 87억달러에 사들일 예정이다.
세레벨은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뇌전증, 조현병, 공황장애 등의 중추신경계 분야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 기업이다. 2018년 화이자가 중추신경계용 의약품 개발 부서를 독립회사로 분사하면서 설립됐다. 본사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다.
세레벨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조현병과 알츠하이머병 정신증 치료제인 ‘엠라클리딘(emraclidine)’이다. 1년 전 임상 1b상에서 조현병에 대한 주요 안전성을 입증했다. 현재 임상 2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환자의 치매 관련 정신증에 대해서는 건강한 고령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파킨슨병용 도파민 D1/D5 선택적 부분 촉진제인 타바파돈(tavapadon)도 주목받는 파이프라인이다. 타바파돈은 파킨슨병 관리 용도 치료제로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단독요법과 보조 치료에 모두 사용가능한 약물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특히, 애브비의 파킨슨병 관련 포트폴리오가 보완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타바파돈은 초기 파킨슨병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애브비는 현재 증상이 더 진행된 파킨슨병 관련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애브비의 세레벨 인수에 대해 글로벌 제약 전문지 피어스 파마는 “애브비는 세레벨 인수를 통해 신경과학 및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 예정”이라며 “이미 다양한 신경과학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현재 임상 2상 시험 중인 조현병 치료제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피어스 파마에 따르면 애브비는 편두통, 기능성 운동장애, 정신 질환, 범불안장애, 주요 우울장애의 보조적 치료제 등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약물 ‘휴미라’의 만료에 따라 애브비가 유망한 신약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애브비의 글로벌 매출 1위 바이오 의약품인 휴미라는 지난 7월 미국 특허가 만료됐다. 특허 만료에 따라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대거 출현하며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휴미라의 매출액이 지난해 210억달러에서 오는 2024년 9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로이터는 애브비의 인수에 대해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경쟁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대체하기 위한 인수”라고 언급했다. 애브비는 지난 11월 30일에도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를 개발하는 미국 생명공학회사 이뮤노젠(ImmunoGen)을 101억달러(약13조1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연이은 애브비의 기업 인수가 휴미라의 매출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인 바 있다.
한편 이번 인수와 관련해 리차드 곤잘레스 애브비 최고경영자(CEO)는 “세레벨 테라퓨틱스가 향후 10년 동안 상당한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브비가 심도있는 상업적 역량, 국제적 인프라, 규제 및 임상 전문성을 활용해 세레벨 파이프라인의 매출 잠재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론 르노 세레벨 테라퓨틱스 CEO는 “전 세계를 무대로 치료제를 상업화하고 개발해온 애브비의 오랜 전문성과 함께라면, 세레벨의 새로운 치료법은 관련 질환을 가진 보다 많은 환자에게 도달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