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현대건설·조합 간 GTX 노선 타협안에 소 취하했지만 명문화 아직
지난달 말 진행된 강남구청 의견청취 구청 공람내용도 단지 관통안 R600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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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GTX-C 기본설계와 타협안 비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추진위원회 설립 20년 만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강남 재건축 1번지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인사 시즌과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하 GTX) C노선이 단지 아래를 관통하는 것과 관련해 그간 국토교통부, 현대건설, 은마 추진위(현 조합)이 수차례 만나 논의 끝에 절충안에 타협했는데, 인사 시즌을 맞아 조직의 수장과 담당 임원이 교체되면 자칫 협의안이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현대건설, 은마 조합은 올해 상반기부터 GTX-C의 곡선 반경을 줄여 은마 단지를 최소 관통하는 대안 노선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절충안을 마련했다. 기본설계 고시안을 보면 단지 한복판을 관통하는 수준이었는데 타협안은 R600에서 R300으로 반경을 절반으로 줄여 단지 모퉁이만 지나는 방안이다. 현 단지에서는 모서리를 스치지만 재건축 이후에는 공원으로 기부채납이 예정된 곳이기도 하다. 주거동이 없어 불안감이 대폭 감소하는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이렇게 관통반경을 줄일 경우 공사비는 200억원 가량 추가되고 노선 길이가 연장됨에 따라 22초 더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현대건설도 지난 8월 초 열린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에서 절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은마 조합도 곡선 반경을 줄여 단지를 최소 관통하는 대안 노선에 협조해 원만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길 희망한다며 지난 10월 말 현대건설과 국토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취하했다. 국토부, 현대건설, 조합 모두 잠정 합의한 것이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은마조합, GTX-C 노선 관련 협의 일지 / 표=김은실 디자이너

여기까지는 해당 지역구(강남 병) 의원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의 공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의원실 주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시공사, 국토부, 조합을 오가며 중재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달 초 2기 내각의 새 얼굴이 공개되며 국토부 장관이 바뀔 게 예고됐다. 연말 연초 인사 시즌을 앞두고 국토부 담당직원도, 임기만료를 앞둔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이사도, 현대건설 담당 임원도 교체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은마로써는 든든한 우군이 돼 준 유 의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니 현 상황이 불안한 것이다. 구두로 합의하고 소송까지 취하했지만 명문화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어서다.

일례로 강남구청은 약 2주 전인 지난달 24일까지 GTX-C 노선 은마관통 실시설계 승인에 관한 의견 청취를 시행했다. 그런데 여전히 구청 공람 속 토지세목조서에는 공부상 면적이 상당하고 변한 게 없이 단지 한가운데로 관통하는 걸로 돼 있다.

은마 한 관계자는 “의견청취가 사업 진척에 따른 요식행위일지라도 합의안이 반영이 안 돼있으니 불안하다”며 “시기상 GTX를 둘러싼 단체장들이 모두 보직의 변화가 있을 순 있으니 합의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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