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설계자 선정 앞두고 신경전 치열
‘한강 조망·분담금 최소화’ 초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압구정 재건축 최대어’ 압구정3구역의 재건축 설계권 수주를 위한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의 본격적인 리턴매치가 전개되고 있다. 저마다 조합원들의 자산 극대화와 분담금 최소화, 한강 조망 보장 등이 담긴 최고급 설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희림 “단독 엘리베이터로 프라이버시 강화” vs 해안 “단독주택형 아파트에 중앙 공원”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은 이달 9일 임시총회를 열어 설계사를 선정한다. 이번 설계사 선정은 지난 여름 맞붙었던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이 양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7월 설계공모에서 조합은 희림건축을 설계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희림건축의 설계안이 신속통합기획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고 경찰에 고발하면서 무효화 됐고 이번에 재공모에 나서게 된 것이다.
해안건축은 ‘리버파크 더 센트럴’ 설계안을 제시했다. 특허를 출원한 전 세대 단독주택형 아파트로 설계했다. 기존 아파트는 세대 간 벽으로 소음 및 진동이 있지만 새로 짓는 아파트는 세대 독립벽을 도입해 세대 간 공간을 떨어트린다는 계획이다. 단지 한가운데 선릉공원 면적과 비슷한 약 23만1405㎡(7만평) 압구정 센트럴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강조했다. 둘레엔 5㎞ 길이의 산책로가, 단지 마당을 통해선 압구정 초등학교로 자녀의 통학이 가능하다.
희림건축은 설계안 ‘더압구정’을 제시했다. 설계안에 따르면 엘리베이터부터 현관까지 두 가구 전용 코어 분리로 지하 1층부터 현관까지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 저작권 등록을 마친 SRC 라멘(기둥식)구조와 서울아산병원과 연계한 건강검진센터 도입 등이 눈길을 끈다. 자유로운 평면 변형이 가능한 SRC 라멘 구조 도입으로 60평 이상 세대는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세대분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부부 개별 침실을 비롯해 100여가지 인테리어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내세웠다.
◇희림 “56% 한강 수변부 최전면 배치”···해안 “전 가구 한강 조망”
조합원들 초유의 관심사인 ‘한강 조망’은 양사가 조금 다른 내용을 가져왔다. 희림건축은 전체 56%인 2213가구를 한강 수변부 최전면에 배치했다. 나머지는 100% 도심조망 및 남향 배치를 보장했다. 반면 해안건축은 전체 가구에 대해 한강 조망·남향 배치를 약속했다. 한강을 직면하는 가구는 65% 비율까지 확보했다.
양사는 고령층 조합원의 높은 비중을 감안해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공통적으로 일반분양과 상가분양 수익을 극대화해 분담금을 낮추는 게 골자다. 희림건축은 일반분양 가구수를 1084가구까지 확보해 전체 사업비를 7조1000억원(공동주택 매출 3조8000억원, 상업시설 매출액 3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조합원 가구당 17억5000만원의 자산가치 증대를 제안했다.
해안건축은 분양면적을 평균 12.4배 증가시켜 늘어난 면적만큼 자산가치를 가구당 평균 17억4000만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상업시설 특화로 가구당 평균 분담금을 8억8000만원 절감한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핵심지 정비사업장에서도 분담금으로 인한 조합의 고민과 시행·시공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며 “분담금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자산가치를 최대로 제고하느냐에 따라 조합원의 표심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해안, 공모 지침·법규 위반”···첫 공모 때 무효된 희림서 조합에 문제 제기
양측은 이번에도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첫 설계 공모 때는 해안건축이 희림건축의 설계안을 문제 삼았지만 이번엔 희림건축이 해안건축의 설계 공모 지침과 법규 위반을 지적하며 갈등을 빚는 양상이다.
희림건축은 조합 측에 공문을 보내 해안건축이 준주거용지 도로 선형을 변경하는 등 신통기획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았고 주택공급 가구 수도 신통기획 기준인 5800가구보다 1305가구(22.5%) 부족해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가 제시한 용적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출해 건축 설계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봤다.
서울시는 지난 공모와 달리 이번 공모에서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공모에서는 희림건축이 용적률을 신통기획 가이드라인인 300%가 아닌 360%로 설계해 위법사항이 명백했고 조합의 적격심사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공모에서는 사전심사위가 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공은 조합원들에게 넘어갔다. 오는 9일 열리는 총회에서 더 많은 표를 받은 설계사가 설계비 358억원 규모 압구정3구역을 수주하게 된다. 앞서 지난 7월 총회에선 희림건축이 1507표, 해안건축이 1069표를 받았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아파트지구 중심부에 위치한 데다 4개 구역 중 규모가 가장 커 핵심 사업지로 불린다. 재건축을 통해 5800가구가 들어서고 종상향을 통해 일부 동은 70층까지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