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코플라즈마 폐렴 국내 확산···항생제·해열제·진단키트 수요↑
제약업계, 항생제·해열제 증산 계획···중국 현지 공급도 늘린다
진단업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진단제품 출시 및 글로벌 공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중국에서 급격히 확산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가 국내에서도 크게 늘고 있다. 보건당국을 비롯한 관련 업계는 국내 유행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항생제, 진단제품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환자 확산세에 따른 치료제와 검사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수가 지난 10월 4주차 126명에서 지난달 4주차 270명으로 한 달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환자의 80%는 1~12세 환자가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국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대응 수위 상향 촉구가 이어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치료제, 진단제품 등 관련 의약품을 보유한 국내사들에 대해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심이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으로 인한 급성호흡기감염증이다. 환자의 기침,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의 비말 전파 또는 환자와의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몸속에 들어온 균이 평균 2~3주간 잠복했다가 증상으로 나타난다. 국내에서도 3~4년에 한 번씩 유행한 바 있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가 주로 감염되나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치료하려면 마크로라이드 계열의 특수 항생제를 써야 한다. 또 혈청 검사와 PCR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국내에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업계에서는 치료제와 진단검사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이코프라즈마 폐렴으로 진단되면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를 우선 투약해 치료할 수 있다”며 “마이코프라즈마 폐렴은 혈청 검사와 PCR 검사를 통해 검출할 수 있는데, 엑스레이로도 감염 의심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항생제, 해열제, 진단제품 등에 대한 공급 확대에 분주한 모습이다. 앞서 중국에서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대확산 이후 마크로라이드 계열의 항생제(아지스로마이신, 클래리스로마이신, 에리스로마이신 등)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대원제약, 한미약품, 일동제약 등이 해열제, 항생제 증산을 통해 수요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확산과 겨울철 독감 유행이 맞물린 만큼 감기약에 처방되는 의약품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한미약품은 겨울철 독감 유행에 따라 해열제 생산량을 선제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원제약은 해열제·진해거담제 등 감기약 생산량을 최대치로 높였다. 일동제약도 해열제·항생제 등 관련 의약품 보유 물량을 확대하고 원료 확보와 증산을 검토 중이다. 또 마이코플라즈마 유효 균종이 포함된 폐렴 치료제를 생산하는 위더스제약, 폐렴 항생제 원료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제약품의 생산 수요 증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올해 2월 자회사를 설립하고는 현지 제약사를 통해 아지트로마이신 항생제 ‘아이치메이’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서 아지트로마이신 항생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만큼 당분간 현지 아이치메이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진단 분야에서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을 검출할 수 있는 제품을 보유 중이거나 품목허가가 임박한 기업들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허가가 난 제품은 수출용으로도 허가를 받는 만큼,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바디텍메드는 2020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검출이 가능한 면역검사시약 ‘아이크로마TM TRIAS’ 국내 허가받았다. 같은 해 일본을 시작으로 2021년부터 시리아, 팔레스타인,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으로 수출국을 넓혔다. 바디텍메드 측은 “아이크로마TM TRIAS에 대한 한국, 일본 포함 12개국으로 수출한 기록이 있다”고 전했다.

웰스바이오는 독자 개발한 폐렴 진단용 분자진단시약 ‘케어젠(careGENE™ Pneumonia detection kit)’의 국내 품목허가 준비 중이다. 케어젠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을 검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7월에는 식약처로부터 수출용 허가를 획득했다. 웰스바이오 측은 “지난해 수출 허가와 CE 인증 이후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로 케어젠 수출이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염병 민감도가 국가적으로 높아지면서 치료제와 진단제품 수요 확산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마이코플라즈마가 아주 치명적이고 치료가 힘든 호흡기질환은 아니지만 기존 항생제 내성 우려가 부각되다 보니, 내성을 극복한 항생제 혹은 내성에 의한 돌연변이 검출 진단제품 등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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