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모든 카티 치료제에 대한 모니터링 진행 예정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미국 식품의약국(FDA)이 CAR-T(카티) 세포 치료제 안전성 조사에 착수했다. 카티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에게서 악성 종양이 발생하는 사례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BCMA 또는 CD19 타깃 카티 세포 요법을 받은 환자들 사이에서 CAR 양성 림프종을 포함한 T세포 악성 종양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관련 T세포 악성 종양 보고는 임상 시험에서 5건, FDA의 부작용 보고 시스템에서 14건 등 총 19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 종양 발생에 따른 입원·사망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FDA는 카티 면역요법 치료 후 T세포에서 발견된 악성 종양에 대해 위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FDA는 이같은 잠재적 위험이 현재 승인된 카티 치료제 모두에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T세포 악성 종양이 발생한 환자들이 여러 종류의 다른 제품을 투여받은 것으로 나타나서다. 따라서 FDA는 승인된 모든 카티 치료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카티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테카루스’, BMS의 ‘브레얀지’, ‘아벡마’, J&J의 ‘카빅티’ 등 6종이다.
카티 치료법은 개개인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통해 암세포를 저격하는 원리다. 먼저 암세포의 속임수로 무력해졌던 면역 세포인 T세포를 각 환자의 몸에서 꺼낸다. 여기에 특정 항원을 인지해 공격하는 유전자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CAR)를 인위적으로 발현시켜 증식·배양한다. 이 T세포를 환자의 몸에 다시 넣어 특정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작용을 하도록 한 치료법으로,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번 투여로도 완치율이 50%에 달해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기도 한다.
암 발병 위험은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바이러스 벡터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카티 치료제는 환자의 T세포를 추출해 유전적으로 변형하는 과정이 있다. 특정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암세포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바이러스 벡터는 사람의 게놈, 특히 암 관련 DNA 서열이나 근처에 유전 물질을 삽입할 때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제약 전문지 피어스 파마는 “FDA가 이 효과적인 항암제 치료 후 환자가 새로운 암에 걸릴 수 있는 ‘심각한 위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어스 파마에 따르면 FDA는 해당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와 임상시험 참여자는 새로운 악성 종양 발생 여부에 대해 평생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치료제 최초 승인 당시 15년 장기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보다 장기적으로 안전성과 2차 악성 종양 발생 위험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카티 치료제 환자 접근성에 새로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티 치료제는 효능이 뛰어나지만, 개인마다 다른 과정이 필요한 만큼, 비싼 비용으로 인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직 한계로 꼽혀왔다. 이에 피어스 파마는 “이차 암 발병의 잠재적 가능성은 이미 알려진 위험이다”라며 “FDA의 이번 조사는 이미 보다 많은 환자에게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티 치료제에 새로운 걸림돌(hurdle)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카티 치료제는 길리어드의 ‘예스카타’다. 2017년 10월 FDA의 승인을 받은 예스카타는 올해 9개월 동안 총 11억3000만달러(1조47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앱클론, 큐로셀 등이 카티 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특히 큐로셀은 첫 국내 카티 치료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