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완화…8000만원까지 면제
“추가 분담금에 재초환 적용···재건축 활성화 기대하기 어려워”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재건축 사업 대못으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관련 개정안이 연내 처리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현장에선 재건축 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추가 분담금이 높아진 상황에서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폐지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관한 법률’(재초환)이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국토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에서 의결되면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이익의 10~50%를 국가가 현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부과율 구간은 2000만원이다. 초과이익이 2000만원 늘어날 때마다 부과율이 10% 포인트씩 최대 50%까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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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는 집값 급등기에 재건축을 억제하는 동시에 개발로 얻은 초과이익을 주거복지 강화에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2006년 도입됐다. 금융위기 이후 닥친 부동산시장 침체로 여러 차례 유예됐다가 2018년 1월 부활했다. 하지만 2006년과 달리 조합원 1인당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보니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집값이 크게 오른 강남권의 경우 내야할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했다. 과도한 부담금이 주택공급 활성화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초과이익 기준을 1억원으로, 부과율 구간을 7000만원으로 조정하는 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야당은 2006년 제도 도입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부과 기준을 손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분담금 기준이 과도하다”며 법안 통과에 반대해 왔다. 이후 다섯 차례 논의를 거친 끝에 초과이익 기준을 8000만원으로, 부과율 구간은 5000만원으로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초과이익을 추산하는 시점도 현재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정비사업 조합설립 인가일로 변경된다. 초과이익 산정 기간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다. 또 20년 이상 장기 보유자(1주택)에겐 최대 70% 부담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다만 시장에선 재건축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단 시선이 적지 않다. 최근 정비사업장에선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분쟁이 발생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재초환 부담금까지 더해진다면 조합원들의 심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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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70% 감면해주면 그 외 소유주는 부담금을 다 내라는 의미인데 수억원대 세금을 내는 사람과 내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면 재건축 사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또한 최고 부과율 인하가 아니라 개시 시점을 조정하면서 조합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결국 또다시 조세저항을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이 시급한 서울의 경우 재초환 개정으로 인한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초환 부담금이 부과되는 단지는 111곳에서 67곳으로 줄어든다. 서울은 기존 40곳 중 부담금이 면제되는 곳이 7곳에 불과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 기준으로 2억1300만원 수준이던 평균 부담금 부과 예정액이 1억4500만원으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재초환 도입 당시와 비교해 상황이 바뀐 만큼 폐지까지 검토하는 게 적절하단 반응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연구위원은 “이번 조정을 계기로 재건축이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전 정부까지 서울·수도권에서 재건축의 관건은 인허가였지만 지금은 각 사업지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여력이 관건이다”고 했다. 이어 “재초환이 감면되더라도 어쨌든 추가 분담금에 재초환이 더해지는 것인 만큼 이번 조정만으로 재건축 사업이 탄력받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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